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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희 Dec 21. 2021

다시 나만의 성으로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1월부터 그 해 4월까지 나는 철저히 자발적 자가격리를 했다. 친정아버지 병원 약을 받으러 가야 할 경우에도 지하철을 타지 않고 세 정거장을 걸어서 다녀오기까지 했다. 가족들과의 영상통화만이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이었다


한 번 뜨거운 국물 맛을 본 사람은 다시는 그 맛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암 수술과 항암치료, 몇 년에 걸친 추적 검사를 지나오면서 나는 다시는 흰 가운 입은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서 미용실마저 가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마스크도 구할 수 없고 기저질환이 있는 위험군에 포함되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4월부터 매일 아침 남편과 우면산 산행을 시작하고 백신을 맞은 후 가끔 외식도 하면서 나만의 성(감옥이 더 정확하다)에서 걸어 나왔다. 큰 딸의 귀국으로 손자, 손녀를 돌봐야 하는 현실적 필요와 함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기대를 할 만큼 코로나 세상도 좋아졌다.


비록 마스크를 써야 했지만 다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외식도 1주일에 한번 이상하면서  그동안 전화통화만 했던 친지들을 오랜만에 카페에서 만나고 여러 명이 함께하는 등산모임도 참여했다.


그런데 다시 나의 성으로 돌아가야 하나 보다. 2번의 백신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하던 예방은 중증을 방지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CNN, BBC방송을 보고 온갖 매체를 들여다 보아도 3차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얘기뿐 이다. 3차를 맞으면 끝이라는 얘기는 아무도 하지 못한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위험하니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해서 맞았는데 그 후 사망하거나 아프면 기저질환 때문이고 백신과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다.


나 같은 기저질환자는 솔직히 코로나보다 기저질환의 악화가 더 두렵다. 코로나는 겪어보지 않았지만 항암의 고통은 아직도 생생하다.


백신이 암 재발과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내 눈과 귀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의 백신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나만의 성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면 이번에는 좀 더 지혜롭게 시간과의 씨름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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