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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필작가 Apr 22. 2021

곱게 자란 막내아들 입대기

Bravo, my life!(7)


 이북에서 쳐내려 왔다는 소리에 동네 사람들과 구신창이라는 데로 가서 일주일 가량 지냈다. 인민군을 몰아낸 뒤 마을로 돌아왔더니 이장이 보국대에 가라고 했다. 일주일 간 거기에서 밥 지어 나르기, 교통호 파기와 탄약 나르기를 하는데 위험하기가 군인보다 더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물 가져오라면 물 갖다 주어야 하고 담배 사 오라면 사다 주어야 했다. 마치 군인의 종 같았다. 나이나 먹은 것들이 그런다면 모르겠지만 겨우 20세가량 된 젊은이들이었다.

      

 이런 꼴 안 보려면 나도 군인이 될 도리밖에 없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18 연대에서 모병 전갈이 왔다. 2등 상사와 하사가 와서 군대 자랑을 늘어놓았는데, 군대 가면 자기 실력 여하에 따라 진급도 빨리 하고 장교가 되고 싶다면 육군 사관학교도 보내준다고 했다. 자기는 군대 들어간 지 2개월 만에 2등 상사를 달았다고도 했다. 옷도 미제만 주고 월급도 나오고, 외출에 외박도 나간다고 했다. 식사도 이밥과 고깃국에 부자 부럽지 않게 먹는다고 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군대나 가서 보국대부터 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허락도 안 받고 지원을 했다.      


 집에 가서 부모님께 군대에 가겠다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펄쩍 뛰셨다. 2년만 있다가 오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무조건 안된다고 하셨다. 전쟁터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님께서 막무가내로 반대하시니 할 수 없이 아버지 어머니께서 가장 믿는 매형에게 설득을 부탁했다.


 “군대 간다고 다 죽는 것이 아닙니다. 군대 안 간 사람도 죽을 수 있어요. 제 팔자지요. 그리고 남자는 객지 물을 먹어야 사람 구실을 해요. 듣는 게 많고 보는 게 많아서 말입니다. 처남 같은 젊은이는 군대 가면 출세할 수도 있고요.”     


 매형의 말에 그제야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정말 2년만 있으면 제대할 수 있냐고 재차 물으시고는 네 생각대로 하라며 허락해 주셨다. 그때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에 잘 몰랐다. 하지만 귀하게 얻은 막내아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반대하시다가도 결국 네 뜻대로 하라며 보내 주시던 모습을 떠올리면 뒤늦게 가슴이 짠해지곤 한다.


 드디어 소집일이 되었다. 옹진 광산에 있는 연대 본부로 가서 아무개 왔다고 했더니 천막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오후 6시쯤 되자 큰 통 가득 밥과 국을 담아 왔다. 모병 왔던 사람 말처럼 이밥에 고깃국이었다. 옹진은 전투지구라  민간단체에서 식량이건 부식이건 다 후원해주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굶었다 한 그릇 먹으니 살 것 같았다. 밤에는 담요를 두 장씩 주었다. 하나는 깔고 하나는 덮으라고 했다. 일단 잔소리꾼이 없으니 잠은 잘 잤다.      


다음날 7시쯤, “집합” 소리에 천막 밖으로 나갔더니 한 줄로 세우고 어제처럼 식사를 주었다. 다 먹고 대기하는데 상사가 4열 횡대로 서라고 하더니 “집 생각 나는 사람 손 들어 봐” 했다. 약 20명가량이 손을 들었다. 상사는 그들을 앞으로 불러내어 모두 집으로 보냈다. 이렇게 3일 동안 집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을 계속 보냈다. 4일째 되던 날, 상사가 다시 ‘집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보라’고 같은 질문을 했다. 4명이 손을 들었다. 상사는 그들을 앞으로 불러내어 엎드리게 하더니 목침대 마구리로 힘껏 5대씩 때리고 집으로 보냈다.  

   

 다음 날 아침식사가 끝나자 전원 집합을 시키더니 드디어 M1 총을 지급했다. 세워 총, 앞에 총, 받들어 총 연습을 3일가량 했다. 4일째 되는 날 교관이 호명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나를 포함해서 모두 20명이었다. 팔에 적십자 완장을 찬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이등상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그 사람은 피대선 상사로 냉정리의 야전 병원에 있는 분이었다. 우리들은 위생병이 된 것이었다.     


 밤에는 건물 안 침대 위에서 자게 됐고 식사도 좋았다. 아침 식사 후에는 종이에 약 싸는 법과 주사기와 약을 주어 주사 놓는 방법, 들것을 가져다 환자를 수송하는 방법을 실습했다. 붕대 감는 방법과 삼각근으로 팔 거는 것도 배웠다. 10일간을 훈련받은 뒤 군에 정식 입대하여 7월 5일에 서약식을 하고 이력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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