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
이야기는 자꾸 옆으로만 간다. 마치 나의 몸뚱이처럼. 그래도 일단 비벼본다. 일본은 매해 태풍의 위험 반원에 드는 곳이다. 그럴 때마다 한국언론에선 때를 만났다는 듯 일본에 강풍이 부는 모습을 보여주며 내부의 불만을 마치 일본에 쏟아 놓는 듯하다. 지진과 태풍을 끌어안고 사는 그들의 태풍시 풍경에 대해 딴소리로 글을 써 내려가본다.
D-7 일본 언론이 요란법석 해진다
일본은 재해가 많은 편이다. 재해를 매해 똑같이 맞이한다면 일본이란 나라에 문명이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재해가 그들에겐 항상 긴장감을 조성하고, 무언갈 대비하고 매뉴얼을 만드는 습관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일기예보가 발달한 만큼 그들도 무언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언론은 요란법석하고, 우리나라도 그렇듯 주의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어렴풋한 기억엔 회사에서도 조심하라며 너무 심할 땐 나오지 말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그때가 주말이었던 것인지. 기억은 조금 정확하지 않다. 무언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 수 있다.
D-4~3 식료품을 반드시 구비할 것
그들에게 재해를 이겨내는 것은 일종의 문화로 보였다. 마치 재해를 무서워하는 것 같지만 준비태세가 철저한 본인들의 모습을 은근 자랑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서로 눈치주며 자란 문화가 있어서 그런지 누가 누가 대비를 잘했는지 태풍 도래 며칠 전부터 뽐내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현상은 마트에 식음료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재고가 부족한 수준이 아니고 그냥 없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병적으로 물건들을 쟁여서 집으로 가져간다. 그래서 내가 태풍 예보 1일 전에 마트에 갔을 때 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다행히 그전에 좀 사놔서 다행이었지.
D-Day 마치 긴장과 뿌듯해하는 모습
태풍이 오는 날은 결전의 날이다. 나는 도쿄에 살았고 태풍은 1~2회 경험했다.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밖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다. 그대 아마 나리타 주변 동네가 물에 잠겨 정전이 되는 그런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지역에 비해 도쿄는 큰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바람이 좀 세차게 불고 창문이 터지지 않나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내 생각엔 철망이 들어간 유리라서 내구력 면에서 좀 더 좋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살았다. 셰어 부분은 거실이었는데, 그곳엔 여러 일본인이 마치 만화에서 보듯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이웃들과 사이가 그리 좋진 않았어서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태풍은 하루동안 무사히 지나갔고 그들은 서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어려움을 서로 같이 겪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살면서 처음 봤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풍경이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그런 과정 속에 알게 모르게 서로 마음속에 단결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심 일본 애니처럼 작위적이라는 생각은 떨치기는 어려웠다. 아니면 내가 너무 꼬아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