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삼십분이면 가요. 고향을 잃는 것이 어떤 아픔인지 저는 잘 몰라요. 그렇지만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은 알아요. 그것이 오래된 추억이 깃든 것이고, 원치 않게 누군가가 억지로 빼앗는 것이라면 더욱 큰 고통이라는 것도 알아요.
밤섬 주민들은 그런 고통을 당했어요.
그것으로도 모자라 대규모 폭파 행사까지 강요당했어요. 그건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것과 다름없어요.
흑백으로 된 당시 사진을 보며 저는 참 마음이 아팠어요. 그때 밤섬 주민들 마음이 어땠을까, 아이들 마음이 어땠을까, 위로해 주고 싶었어요.
그때 떠나지 못한 동물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어요.
이제 밤섬은 다시 돌아왔어요. 그렇게 야멸차게 걷어찼는데 여섯 배나 커져 다시 돌아왔어요.
미안하고 고마워요. 그리고 대견해요.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어요. “밤섬은 왜 개발을 안 해요?” 그 글의 댓글 읽기가 조금 겁이 났어요.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어른들이 모인 곳이었거든요. 재개발 재건축 이런 것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어른들이거든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어요.
“거기 자연보호 지역입니다. 람사르 습지예요.”
“철새도래지에 어떻게 개발할 생각을 하시나요?”
“주상복합단지보다 몇 백배 가치 있는 것이 환경 보존입니다.”
휴우 다행이에요. 이제 사람들은 밤섬이 사람들만의 것이 아님을 알고, 개발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어요. 언젠가는 그때 그 서울 시장처럼 개발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어요. 그러니 우리 잘 지켜봐요. 이제 창재도, 영호도, 민식이도 떠났지만, 그곳엔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어요. 그들이 창제네처럼 아픔을 겪지 않도록, 밤섬이 온전히 잘 남아 있도록 여러분이 지켜봐 주세요. 지켜 주세요.
오랫동안 꿈꿔왔던 첫 책이 나와 기쁜 마음으로 감사 인사 남깁니다.
평범한 일상에 꿈을 불어 넣어주고 응원해 주신 마포구립서강도서관 사서선생님들과 여러 동화 작가님들, 글벗들, 나의 첫 독자 가온 아인 지아, 밤섬 추억을 나눠주신 지득경 회장님, <1968 밤섬수비대>가 나오도록 이끌어주신 어린이문화연대 이주영 선생님, 우리교육출판사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글을 써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