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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툼 Feb 28. 2021

왜 글을 쓰니?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두 딸아이의 학교폭력에 대처방법을 실패해보고, 성공해보는 경험을 서둘러 공유하고 싶었다.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서였다. 학교폭력에 관한 2편의 글을 마무리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소홀히 하였다. 이렇게 초심을 잃게 될 때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제이! 너는 왜 글을 쓰니?' 

이내 이불 밖으로 나와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가족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우 유가족의 자살충동은 일반인의 10배가 넘는다. 나도 자살충동이 일반인의 20배가 넘어야 이론적으로 맞다. 왜냐면 나는 초2 때 어머니가 베란다 나무 골조에 목을 메어 돌아가신 것을 보았고, 고2 때 아버지가 아파트에서 투신하여 돌아가신 것을 보아서이다. 나는 자식을 두고 떠난 부모님에 대한 원망, 미움, 분노...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 찼다. 20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은 고아로서 느끼는 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내세울 것 없는 며느리가 탐탁지 않으셨나 보다. 나는 시어머니로부터 인간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15년 여를 견뎠고, 나쁜 며느리가 되기로 작정하고 시어머니와 연을 끊었다.   


 내세울 것 있는 며느리가 되고 싶었던 걸까? '남편 등꼴빨아먹는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던 걸까? 첫째를 낳고 바로 취업을 했다.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방송대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하여 육아, 학업, 일을 병행했다. 아이를 등에 업고 공부하다 책상에 쓰러져 잠들기도 부지기수였다. 목표는 '4년 안에 졸업한다!'였고 목표대로 4년 만에 유치원 정교사 2급을 취득했다. 아이들은 놀잇감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가기 때문에 효과적인 교구 교수법을 알고자 몬테소리지도사 자격도 갖추었다. 유치원에 취업하여 참으로 각양각색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유치원 정교사 1급, 원감 자격을 취득하는 12년 동안 1,000여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 아이들의 부모까지 더해보니 '정말로 많은 인연을 맺었구나' 싶다.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를 만나면서 지식에 한계를 느끼게 되어 대학원에 진학을 했다. '정규학기만에 졸업한다! '는 목표를 세우고 목표대로 5학기 만에 우수논문상을 손에 거머쥐고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마음이 아파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기 위해 놀이치료도 공부하였다.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들이 자신의 속내를 나에게 터놓게 되고, 아이들의 감정상태를 부모에게 전달하면 으레 놀라시곤 한다. 모든 감정은 옳다. 세상에 잘못된 감정이란 없다. 


 자식을 두고 떠난 부모님께 가졌던 나의 분노, 원망, 그리움...... 혀로 칼을 휘두르던 시어머님께 가졌던 화, 억울함, 미움은  감정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친구가 놀아주지 않아 장난감을 던지는 아이가 느끼는 화는 잘못된 걸까? 아니다. 감정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어야 한다. "친구가 너랑 안 놀아줘서 화가 났구나?" 라면서 말이다-친구를 때린 경우는 맞은 아이의 감정을 먼저 챙겨야 한다.- 그럼 흥분이 가라앉히고, 눈빛과 표정이 본연의 얼굴로 돌아온다. 교사나 부모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거다. 행동수정은 그때 하는 거다. 아이가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이렇게 말하면 된다. "화가 난다고 해서 장난감을 던져서 안돼"라고 말이다. 물론 한 번의 행동수정으로 바뀌진 않는다. 그건 어른의 욕심일 뿐이다. 꾸준히 아이의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을 제한하는 대화를 하다 보면 까다로운 아이들도 점차 마음을 열어 '내 품 안에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많은 유아의 감정을 코칭해본 경험, 고아가 느끼는 설움과 시집살이의 억울함, 사춘기 딸들을 보며 느끼는 속상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자기 계발 과정을 진솔하고 덤덤하게 글로 담아내고 그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나누고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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