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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지 Mar 23. 2022

영물시장②|그 시장엔 소문이 돈다.

밤에서 아침 사이, 새벽의 소문


오늘은 첫 번째 챕터, '소문'에 관한 이야기다.


<영물시장>의 탄생과 끝에 함께한 소문의 뒷이야기에 대해 풀어본다.




소문의 시작



소문 (所聞)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



이야기가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일을 표현하는 다른 단어로는 '구전'이 있다. 많은 설화들이 구전을 통해 수백 년을 전해져 왔고, 그중 '신화'는 그렇게 허구의 이야기에서 믿음의 영역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구전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10분 내외의 ppt발표만 하더라도 모든 구성에 대해 기억하고 습득해야만 나의 언어로 전할 수 있다. 하물며 모든 이야기를 기억하고 심지어 맛깔나게 이야기해야 다음 사람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입으로 뱉어내야 한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인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 꾼'이 되지 못한 일반 사람들이 선택한 것은 '소문'이다.



"그 시장에 밤마다 짐승 울음소리가 들린다네!"


한 문장만으로 아는 체를 하고, 호기심을 부르며, 이야기의 본체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소문. 소문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조에 다다랐을 때, 그 동네의 이야기꾼이 나서 소문의 본체를 말로서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마을엔 현실의 역사와는 조금 다른 '설화'라는 새로운 차원의 역사가 자리 잡게 되는데, 그 세계를 통해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 그리고 그 마음에 대해 들여다볼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소문'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신화이며 전설로 남을 이야기의 시작의 표현이자, 마을을 가까이 그리고 다르게 바라보는 이야기의 다른 표현이다. 몇 년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어떤 상점들이 들어섰고 어떤 시대를 흘러왔는지 같은 거대한 현실의 역사가 있다면, 그 뒤편으로 사람들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작은 뒷문, 소문을 통해 들여다볼 구체적이고 사소하지만 결국 그것이 다인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이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소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밤에서 아침 사이, 새벽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광장시장과 방산시장 사이에 놓인 청계천 다리, "새벽다리"에서 책을 수령받고 길을 더듬어 이야기를 찾아나간다.


사실 영물들의 시간은 밤이다. 손님들이 각자의 도시로 돌아가고, 시장의 상인들이 자리를 접고 집으로 모두 떠난 시간. 텅 빈 거리의 고요는 영물들의 각양각색의 소리들로 메워진다. 가장 선명한 영물들의 시간은 밤이지만, 이야기로 시장을 바라볼 독자들의 시간은 새벽이길 바랐고 그때 눈에 들어온 곳이 청계천의 새벽다리였다. 운명과도 같은 발견에 한껏 신이 났던 기억이 있다.



새벽은 영물이 사람에게서 벗어나 제 존재를 마음껏 발산하고서, 다시금 인간과 함께하는 낮의 시간으로 돌아가기 바로 직전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영물과 인간의 시간이 맞닿는 새벽의 시간에 영물은 가장 인간의 모습을 띄게 되고, 인간은 이해 가능한 사건으로서 영물을 대할 수 있다.


닮았지만 다른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 이야기를 나르는 이야기꾼들이 영물시장을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시간이 새벽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독자이자 이야기꾼 들일 참여객들이 이야기를 시작할 시간으로 새벽다리를 골랐다. 진짜 새벽에 진행했으면 좋았겠지만, 여러 행사의 여건상 그러지 못해 다소 아쉽다.


새벽은 시장 상인들에겐 시작의 시간이기도 하다. 남들보다 이른 아침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이곳의 상인들에게 아침보단 새벽이 하루 중 가장 먼저 마주하는 시간인 셈이다. 그래서 책으로 쓰여지기 이전에 가장 먼저 영물시장을 목격한 상인이 있었다면, 밤이 아니라 새벽에 만났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밤에 만났다면 영물에 먹혀 이야기를 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느 새벽녘, 가게를 열기 위해 천막을 치던 상인이 어슴푸레한 기척에 뒤를 돌았을 때 두꺼비 영물이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일지도.


그러니 새벽다리를 건너 이야기를 시작한 독자는 이른 새벽 시장의 문을 여는 상인이자 소문의 이야기꾼이며 또한 영물의 거래자이기도 한 셈이다.





새벽다리에서 떠난 독자들은 소문 속의 영물들을 찬찬히 만난다.


새벽의 찬 공기를 마시며 때로는 정감 있게 때로는 냉정하게 구는 영물들과 '운'을 나누다 보면, 영물들 속의 시장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독자들이 가까이 만난 영물들의 이야기를 나르는 또 다른 소문의 이야기꾼이 되어 시장의 모습을 알리면 더욱 즐거운 일이 된다고 믿어본다.


이번 주 주말에도 영물시장이 배포된다. 이번 주에는 공연들도 한창이니 을지로에 놀러 오는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새로운 중부와 을지로의 풍경을 즐겨보시길 바라본다.


<영물시장 예약 바로가기>

http://naver.me/FCLwDTY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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