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사이가 점점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정하고 7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누군가 그랬다. 결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라 결혼할 시기에 만난 사람과 하는 거라고… 우리 역시 서로 결혼할 시기에 만나서 빠른 결정을 한 걸까? 역시 인생은 타이밍!
그 당시 내가 남자를 보는 기준이 몇 가지 있었는데, 첫 번째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인 가였다. 남편과 만나서 대화를 할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전혀 포장하지 않고 너무나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태도를 보고 나는 이 사람을 존경하게 되었다. 나와는 많이 달랐고, 내가 가지고 싶은 아니 배우고 싶은 면이 내 눈에 보였다.
두 번째는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인가를 보았다. 그런데 당시 남편은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인사 문자를 보냈고, 결혼 전날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는 데이트를 했다. 그 외에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종이로 접은 장미꽃도 선물하고 직접 그린 그림 선물도 종종 해주었다. 나 역시 남편을 위해 빵을 굽고 롤케이크와 마카롱을 만들어 선물하곤 했다. 서로 집이 가까워서 가능했겠지만, 아니면 김창옥 교수님 이야기처럼 도파민이 그리 만든 거겠지만, 분명 나를 위해 모든 시간을 쏟는 사람이라 느껴졌다. 그렇게 우리는 7개월을 1년처럼 만나고 결혼을 했다.
싸울 일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우리에게 처음 다툼이 생겼다. 우리는 둘이서는 너무 좋았지만 우리가 아닌 가족이 생기면서 마찰이 생겼다.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 태도에서 오는 마찰은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만 있는 러닝머신 위처럼 늘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결혼생활 11년 동안 우리의 마찰은 점점 더 크고 단단하고 무겁게 우리를 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