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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Oct 23. 2021

로맨스가 필요해.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요.

키득키득. 꺄. 어머 어머.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낮은 목소리로 소리 지르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남의 연애 보며 좋다고 소리 지르는 '입틀막'의 모습이다.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요." 란 말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의 많은 모습 중에 로맨스를 특히 좋아한다. 세상 모든 로맨스를 응원하고 아낀다. 그래서 로맨스가 들어간 콘텐츠들은 가리지 않고 보고, 읽고 듣는다.


짝사랑은 하는 것도 보는 것도 안타깝고 가슴 아프기에 두 사람의 마음이 같은 마음에서 시작해서 같은 형태로 완성되는 해피엔딩의 로맨스물을 좋아한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는, 그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이 딱 맞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기에 그 과정을 간접적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서 몽글몽글 사랑이 솟아나는 기분이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경우는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의 비주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그렇게 생긴 사람들이 현실에선 절대 할 수 없고 들어선 큰일 날 것 같은 대사들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진다. 그럼 온 몸에 돋아난 닭살을 훑으며 꺅꺅 소리 지르고 화면에서 눈도 귀도 떼지 않고 찰싹 붙어서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늘 작품 소개엔 평범한 연애, 혹은 보통의 연애라 적혀 있지만 사실 스토리 라인만 비슷할 뿐 현실에 저렇게 생긴 사람이 나에게 그런 대사를 해 줄 일은 절대 없다. 그러니 사실 평범한 연애와 보통의 연애는 아닌 것이다. 결국 모든 로맨스물은 판타지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할 것만 같은 스토리 이기에 나 같은 사람들은 작품에 푹 빠져 작품 속 주인공들과 함께 웃다 울다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시작하고, 빠져들고 그 사랑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과정이 영상으로, 글로, 음악으로 표현된 것들을 보고 읽고 듣 있자면 지금 당장 듣게 되는 누군가의 잘못도 다 용서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아주 기분 좋은 상태가 된다. 그리고 나를 그런 기분으로 만들어준 창작자들에게 존경하는 마음마저 생긴다.  


가끔 아직도 그런 내용의 드라마가 재미있느냐, 그 유치한 걸 좋아하느냐 하는 질문이나 눈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알고 있는 맛이지만 참지 못하고 먹어서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처럼, 알고 있는 과정이고 알고 있는 마음이지만 보면 재밌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어쩌랴. 선생님들의 첫사랑 이야기가 가장 궁금하고, 묻지는 않아도 내 남자, 내 여자의 과거 연애사가 궁금한 것처럼 남의 사랑이야기 제일 재미있다.


그리고 내 사랑은 별거 없고, 별일 없었던 것 같은데 어찌 그리 남의 사랑은 다 특별해 보이고, 재미있는 일 투성인 것 같은지...

그런데 또 한참 보다 보면 잊고 있던 내 사랑의 특별한 일들과 재미있는 일들이 생각이 나서 다시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한참 밉기만 하던 내 사람도 떠오른  그때의 기억으로 잠시 예뻐 보이기도 하고 그런다.


똑같은 하루, 별일 없는 일상들이 참으로 감사하지만 시간이 쌓이다 보면 감사한 마음은 옅어지고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결혼을 하고 또 아이가 생기니 로맨스는 이제 나랑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인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간접적으로 느끼는 로맨스의 감정이 이상하리만치 설레고 재미있다.


내 이야기 아니고 남의 이야기라 더 재미있다. 현실에 없을 것 같으니 더 설렌다. 그 설렘의 감정이 일상에 웃음 하나 툭 던져주니 무료하던 일상에 생기가 생긴다. 내 사람에게도 웃음 한 번 더 웃게 되고, 내 아이의 로맨스는 어떨까 궁금하고, 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하루가 지루하지 않다.

그러니 삶에 로맨스가 없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누구든지 로맨스는 필요하다. 부디 그대들이여 많이 사랑하라. 그래서 세상에 사랑이야기로 넘쳐나기를..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

그리고 사랑 중엔 로맨스가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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