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일땐 몰랐던, 면접관이 되어보니까 보이는 것들
명색이 프로덕트 오너였지만, 아직은 면접관보다는 구직자로서 면접을 준비해야 할 일이 훨씬 많았다.
따라서 스타트업 서포터즈 <ㅇㅇㅇㅇㅇ> 1기 면접은 나에게도 굉장히 떨리는 일이었다.
지원자들을 만나보기 전에 몇번이고 첫 인사를 연습했었던 것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플)의 프로덕트 오너이고, 오늘 면접 약 15분 정도 진행될 거에요. 편하게 임해주시면 됩니다~"
첫 지원자(이분은 합격하셨었다)를 만나보고 난 뒤 어느정도 긴장이 풀려 나도 보다 편하고 객관적으로 면접에 임할 수 있었다.
약 27명의 지원자들을 만나보면서 느꼈던, "눈에 띄는 지원자들의 패턴" 이 있었기 때문에 적어보고자 한다.
반드시 합격해야겠다! 라는 이글이글한 일념을 가지고 준비해 오신 말들을 속사포로 뱉으시는 분들도 있었다. 물론 이러한 분들의 열정도 너무 감사했지만, 그냥 말 그대로 "열정이 가득하시구나" 정도의 인상만 남는다. 그리고 지원자들의 대부분은 그렇다
사실 더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 쪽은 나와 정말로 대화가 되는 듯한, 그리고 그 대화의 흐름이 자연스로운 지원자들 쪽이었다.
전자는 준비해 오신 답변을 어떻게든 말하기 위해 내 질문에 어떻게든 연관성을 찾아 끼워 맞추는 느낌이라면, 후자는 내 질문에 귀 기울여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답변해주시는 편이다.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가 된다.
당연히 후자와의 대화가 더 매끄러울 수밖에 없다.
심적으로 여유넘쳐 보이는 사람을 보면 자연히 나도 그 태도를 닮기 때문에, 나 또한 긴장이 풀려 해당 지원자와의 대화가 더욱 기억에 남게 되었던 것 같다.
Q. 저희 서비스의 ~~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개념인데, 홍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라는 질문에,
A1. SNS 홍보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팀에서 이러이러한 직무를 맡았었고...
A2. 아무래도 대중에게 친숙한 경로로 접근해야하다보니, 관심사별로 (우리가 소모임 앱이다보니) 각각 네이버 카페 등에 별도로 모집글을 업로드 하여 참가자를 모집 후, 이게 우리 앱에서는 ~~이라는 개념으로 쓰인다 라고 접근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만 후자의 답변이 눈에 띈다.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지원자의 경우, 은연중에 세심함과 꼼꼼함이 돋보여 "만약 이 사람이 이 직무를 맡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물론 모든 지원자분들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있어보이게 포장된, 정형화된 답변을 하는 지원자들은 자연히 티가 난다. 그냥 적~당히 스펙도 쌓고 활동비도 가져가고 싶어하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애초에 대외활동이니...)
반면 보여주는 열정과 지원 동기가 내재적인 사람 (intrinsic motivation) 은 자연스럽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주실 것 같다.
지원동기에 관해 기억에 남는 답변은,
"본인은 정말로 이 서비스가 개인적으로도 꼭 필요한데, 그 이유가 본인의 취미가 헬스인데 함께 중량을 칠 사람이 필요하다" 는 것이었다.
답변이 재미있기도 했고, 이분은 이번 서포터즈 1기에 뽑히지 않더라도 우리 앱을 사용하고 아껴주시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활동계획에 대해 여쭤봤을때 이미 플랜을 쫙 짜 오신 분들이 계신다.
열정도 열정이거니와 준비가 잘 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더욱이 그 플랜의 방향성이 우리가 원래 추구하던 것과 일치한다면 금상첨화다.
취미가 아이패드 드로잉인데, 플레인 SNS 홍보용으로 한컷만화 시리즈를 그리고 싶다는 지원자 분이 계셨다.
활동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할 것이라고, 그릴 만화의 레이아웃과 스타일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더욱이 첨부해주신 포트폴리오에 있던 기존 만화들에서 확실한 컨셉과 꾸준함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말씀해주신 플랜의 시각화가 더욱 수월했다.
구체적인 계획과 지원자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 결합되어 시너지를 냈던 것 같다.
4번과 비슷하게, 계획 뿐만 아니라 결과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록 도움이 된다.
학생회 활동을 하셨던 분이 굉장히 많았는데,
활동 경험은 비슷해도 본인과 팀이 낸 성과를 정량적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 더 눈에 띄었다.
같은 SNS 마케팅 경험을 했어도,
A1. 제가 운영했던 SNS 채널과 커뮤니티도 활성화 되었고, 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서 학교 소식을 더 접하기 쉬웠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A2. 제가 SNS 채널 관리자가 된 이후 팔로워 수가 약 20%정도 증가했고, 전년 대비 행사 참가자가 11% 늘어나 이정도의 수익을 거뒀으며, 앞으로도 매년 참가자를 3%씩 늘려갈 전망입니다.
두번째 답변이 더 전문적인 느낌을 주고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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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이번 면접은 대학생 홍보단을 뽑는지라 인싸력이 중요해서, 지원자가 하는 답변 하나하나보다는
그 사람을 전체적으로 봤을때 받는 느낌이 합격/불합격 여부를 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지표였던 것 같다.
따라서 이 글은 일반 면접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도움이 안될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번 서포터즈 면접을 진행하며 내가 느꼈던 눈에 띄는 지원자들의 특징은 이러했다.
나 또한 앞으로 수많은 면접을 보게 되겠지만,
1. 생각보다 긴장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었고
2. 편하게 소통하고 대화한다는 태도로
앞으로의 면접에 임하려 한다.
그러니 면접을 준비하시는, 특히 서포터즈 활동을 하시고 싶어하는 대학생 분들께서는 최대한 긴장을 내려놓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시기만 하면 나머지는 면접관들의 몫이라는 걸 염두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