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을 보다
-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작
형체도 없는 것이 날아왔다
공기 중 작은 점들을 잡아채며 날아들어 온다
거대한 거미가 보이지 않는 줄을 뻗었나
건드리면 소리가 날 것 같은 팽팽한 장력
붙잡힌 먹이들은 속수무책이다
관객석에서 너는 뺨까지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이미 너는 포섭당했지, 열렬하게 마비되어
거미에게 먹힐 준비가 다 되었다
하나가 다른 하나에 닿기까지
이곳에서 저곳에 이르기까지
구부러지고 울퉁불퉁한 길,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이 직선이었다
열리고 닫히는 수많은 점들을 지나
네가 비틀거려도 선분은 똑발랐다
너는 일어선다, 느리게, 아직 취해서
빠르게 날아오는 직선일수록 매혹적이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몸을 틀게도 하지
움켜쥐는 것은 늘 단번에 내려꽂힌다
하지만 이제 깨어나야 할 시간
직선은 직선으로, 새로운 선분을 잇대며
네가 차갑고 긴 손을 뻗는다
새로운 거미가 태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