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있다.
진짜 어딜 가나 있다.
불판 위의 고기가 익어가는 걸 구경만 하는 사람.
집게 한 번 들지 않고 구워지면 지 입에 먼저 가져가는 것도 바로 그 사람이다.
지금은 먹지만 한동안 두툼한 생삼겹살 구이를 멀리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어른들이 뻑하면 얘기하던 '삼겹살에 쏘주'를 너무 많이 한 탓이다.
새벽까지,
손님이 버티면 동이 틀 때까지 장사를 해주던 생고기집에서 먹어치운 고기가 한 트럭 족히 될 거고
술병은 세다가 잠이 들 정도겠다.
많이 먹으니 많이 굽게 되고 굽는 것도 잘하는 놈도 등장하는데,
그중 하나가 나다.
나 말고도 제법 하는 사람이 있다.
잘하진 못해도 지가 할 테니 좀 먹으라며 집게를 뺏어가는 사람이 또 있다.
그리고 해맑게 젓가락 끝으로 쌈장이나 콕콕 찍어 빨며 가만있는 인간이 있다.
처음엔 몰랐고 오래 보니 얄미워 왜 그러냐 물어보면 잘 못한단다.
누군 잘해서 돈 받고 굽냐!
하다 못해 뒤집기라도 하지 그것도 안해,
잘라놓으면 쌈장 기름장 찍던 젓가락 끝으로 잘 익어가는 두툼한 고기 한 점 꾹 눌러 선점하니
이걸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기 그거 누가 굽든 뭐 어떠냐,
이런 말 하는 사람은 친해지지 않는 게 좋다.
대단히 이타적인 행위도 아닌데 이조차도 안 하는 사람은 다른 부분에서도 실망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
고기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곧 인생을 대하는 모습이니까.
그 오래 전 그렇게 굽지도 않던 사람들도 나이 먹으니 어디서 배웠나 슬슬 집게를 잡는다.
결국은 그렇게 되니까,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다 엄마 아빠 아니니까 미리미리 연습을!
그래도 안 되겠다면
나의 식탐과 나의 부족한 사회성을 들키지 않게 구워주는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