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WYD를 마치고 우리 교구는 스페인 성지순례를 갔다. 리스본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Salamanca(살라망카) - Ávila(아빌라) - Toledo(톨레도) - Madrid(마드리드) - Barcelona(바르셀로나) - Montserrat(몬세라트)를 방문할 예정이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을 때 뵀던 젊은 부부가 이번에도 가이드를 맡아주셨다. 현지에 살고 계신 분들이셔서 현지 문화나 매너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셨다.
포르투갈 리스본을 떠나 스페인 Salamanca 인근 호텔에 도착했다. 그간 지친 몸뚱이를 생각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때수건으로 때도 벗겼다. 정말 개운하다. 챙겨 오길 참 잘했다. 침대에서 푹 자고 다음 날 아침에 뷔페식을 먹었는데 참 행복했다. 레몬 요거트는 한국에 가도 생각날 것 같다.
오전에 Salamanca에 도착했다.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한 교육의 도시로 유명한데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인 Universidad de Salamanca(살라망카 대학교)가 있다. 이 대학교 입구에 오면 관광객들이 개구리 조각 찾기에 여념이 없다. 한때 대학교에서 개구리 조각을 찾으면 시험을 안 봐도 인정해 준다고 할 정도로 힌트 없이는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는 가이드가 힌트를 줬는데도 헤매다가 결국에 해골 위에 앉아있는 개구리를 발견했다. 부디 모두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Salamanca Cathedral(살라망카 대성당)을 보러 갔다. 살라망카 대성당은 두 개가 있는데 구 대성당은 12세기에 건축된 것이고 신 대성당은 15세기에 인구 증가에 따라 새로운 성당을 짓자는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다가 우여곡절 끝에 18세기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두 대성당은 맞붙어 있다. 뾰족뾰족한 건축 스타일이 특이했다. 입구에서 또 찾아봐야 할 조각들이 있는데 우주인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물이다. 처음에는 그 옛날에 우주인을 상상해서 그려 넣었다고?! 하면서 너무 놀랐는데, 1992년에 대성당 복원을 하던 중에 추가된 조각이라고 한다.
가이드분께서 정말 많은 것을 잘 설명해 주셨는데 왜 기억에 남기지를 못하는지. 경건함과 웅장함이 느껴지는 대성당을 지나 Plaza Mayor(마요르 광장)으로 갔다. 탁 트인 광장 옆으로 옛 건물들이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태리 Siena(시에나)의 Piazza del Campo(캄포 광장)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나는 이런 광장 느낌이 너무 좋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탁 트인 광장을 마주 보면서 야외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여유로움과 유럽 건물들의 예스럽지만 고풍스러움이 좋다.
그리고 WYD 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피곤했는 지 입술 포진이 올라와서 다 부르텄었다. 비상약품을 야무지게 챙겨온 동료가 연고를 줘서 열심히 바르다가 스페인에 넘어온 김에 약국에서 아시클로버 연고를 샀다. 이 연고 바르고 이틀만에 입술이 다 나았다. 정말 강력 추천한다. 약국은 녹색 십자가 모양을 찾아가면 된다.
자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시내 구석구석 돌아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이 다시 한번 발걸음을 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점심식사 후에 Ávila에 잠깐 들렀다. 마드리드 북서쪽에 있는 구릉지대에 위치한 도시인데 중세 도시 성벽으로 유명하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멀리서만 봤지만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여기도 아쉬움 한 스푼 남겨두었다.
다음 호텔에 도착했다. 객실은 좁았지만 수영장이 있었다. 저녁 식사를 포기하고 단짝과 나는 수영을 하며 신나게 놀고 사발면과 와인을 마셨다. 수영 후에 먹는 사발면은 정말 최고다. 늦은 밤이 되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조명이 수영장에 은은하게 비춰지니 분위기가 감성을 자극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일들은 설렘을 준다. 호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나갈 수가 없었는데 수영장 덕분에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