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이자 건축학의 아버지인 Antoni Gaudí(안토니 가우디)의 작품을 보러 간다. 관광객들이 스페인에 오는 가장 큰 이유가 Gaudí의 발자취를 보기 위해서라고 하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로 Gaudí 한 사람이 지은 7개의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Barcelona 시내를 돌아보는 날이라서 그런지, 가이드님과 교구 신부님께서 주변을 경계하면서 다녀야 한다고 거듭 당부를 하셨다. 소매치기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가이드님이 실제로 일어났던 소매치기 사례들을 많이 알려주셨다. 공항에서 여행객이 가이드님하고 인사한다고 잠시 캐리어를 손에서 놓은 순간 눈앞에서 채간 적도 있고, 호텔 앞에 버스 트렁크에 짐을 넣어두고 로비에 모여있을 때 단체로 털어간 일도 있었으며, 간 큰 소매치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패키지용 전세버스에 올랐다가 짐을 들고 사라지기도 했다고... 이른 아침에는 인적이 드물어 공격당한 여행객들 소식도 왕왕 들어온다고 한다. 백인이나 아이들이라고 해도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언질을 주시며, 가방은 반드시 앞으로 두고 손으로 꼭 쥐고 다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소매치기들도 사람 봐가면서 공략하니 나사 빠진 사람처럼 넋 놓고 다니지 말라고 하시는데 왜 이렇게 웃기던지. 아무래도 우리가 단체로 오기도 했고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말씀 주셔서 감사했지만 나도 모르게 주변에 서성이는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고 경계의 눈으로 보게 돼서 마음이 불편했다.
우리는 Park Güell(구엘 공원) - La Sagrada Familia(성가정 성당)을 방문한다. 아침에 전세버스를 타고 Park Güell에 도착했다. Gaudí의 후원자였던 Eusebi Güell(에우세비 구엘)이 설계를 의뢰해서 Carmel Hill(카르멜 언덕)에 지은 사유지로 원래는 복합 주택단지를 목적으로 지었다고 한다. 1900년~1914년까지 공사가 진행되었으나 언덕이라 접근성이 떨어져 분양 미달로 파산하게 되었고 결국 완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1922년에 시의회가 사들여 현재는 공원으로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공원 내에서는 Wifi(와이파이)도 된다.
입구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작은 건물이 있는데 Gaudí가 20년간 실제로 살았던 곳이다. 지금은 유료로 개방하고 있다. 그 앞으로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는 동그란 돌은 묵주를 의미한다. 참 기발한 생각이다. 다리 아픈 어르신들은 잠시 쉴 겸 저 돌 위에 앉아서 묵주기도를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타일로 만든 벤치와 수로가 있다. 직접 보면 정말 어떻게 화려한 색감으로 정교하고 이쁘게 만들어뒀을 까 싶다. 벤치는 직선 없이 곡선 형태로 타일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Gaudí가 직접 사람을 앉혀서 나온 인체의 곡선 모양대로 설계했다고 한다.
가운데로 가면 탁 트인 시야로 도시가 내려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Parc de Montjuic(몬주익 언덕)이 보인다. 분수쇼가 유명한 곳인데 가뭄으로 인해 현재는 무기한 중단 상태라고 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돌을 쌓아서 곡선형태로 만든 터널이 있는데 모세의 기적으로 홍해의 갈라짐을 표현했다고 한다.
계단을 내려오면 타일 벤치가 있던 광장 밑의 공간이 나온다. 여기도 건축 공학의 미가 드러나는 곳이다. 기둥들이 받치고 있는데 안에 수로로 되어 있는 물기둥이다.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설계해 눈의 피로감을 줄여주었다고 한다. 원래 상인들을 위한 시장으로 설계된 공간이다.
좀 더 내려와 보면 계단에 도마뱀과 카멜레온 분수가 있다. 많은 관광객들이 한번 만져보고 사진 찍는 곳이라 인파가 엄청났다.
마지막으로 출구 쪽에는 경비실과 경비원 주택으로 지어진 두 채의 건물이 있는데 현재 오른쪽 건물은 기념품숍으로 운영되고 있고 왼쪽이 경비원 주택인데 개방되어 있다.
시간 관계상 기념품 숍만 들어가 봤는데 엄청 좁고 나선형 계단으로 2층까지 있다. 헨젤과 그레텔을 모티브로 지었다고 하던데 정말 과자집처럼 생겼다.
점심은 포도나무라고 하는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한식을 먹었다. 불고기 전골이 심심하니 국물이 계속 입에 당기는 맛이었고 반찬도 맛있었다. 개인 여행으로 오면 한식당은 잘 오지 않지만 한 번씩 또 먹어줘야 기운이 나기는 한다.
오후에는 Gaudí 투어의 정점인 La Sagrada Familia에 갔다. 내 평생에 이렇게 기괴한 성당은 처음 본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 Gaudí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성당 하나만으로도 Gaudí의 철학이 드러나고 조각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 곳이 없어서 공부할게 많은 건축물이다.
배경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성당은 1882년에 건축가 Francisco de Paula del Villar(프란치스코 데 파울라 델 빌라르)의 지휘하에 건축이 시작되었는데 1883년 그가 사임하자 Gaudí가 수석 건축가를 맡아 재설계하게 된다. 남은 생애를 La Sagrada Familia를 짓는데 바쳤고 1926년 그가 사망할 당시 4분의 1 정도가 완료된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생애에 완공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예상한 Gaudí는 후대를 위해 설계도면을 남겼다고 한다. (원래 설계도를 만들지 않고 짓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 Gaudí였다.) 지금까지도 후대들이 이어서 141년째 짓고 있는데 2026년에 완공을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성당은 전 세계의 건축가들이 무보수로 참여해 짓고 있고 자금은 관광객들의 유료 입장료로 충당하고 있기에 정확한 완료 시점을 계산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그리고 Gaudí의 철학이 드러나는 면모 중에 하나가 이 성당을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낮은 언덕인 173미터의 몬주익 언덕을 넘지 않도록 172.5미터로 설계했다는 점인데, 그 이유는 인간이 아무리 위대한 작품을 만든다 할지라도 신의 창조물을 넘다는 철학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후대가 욕심을 내서 더 높이 쌓아 올릴 것을 예상해 하중이 172.5미터까지만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나무줄기를 형상화한 기둥을 볼 수 있다. 마치 숲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디자인.
양 옆으로 스테인드글라스 창이 있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떠오르고 지는 해가 저 창을 비추면서 성당을 각기 다른 색으로 비춘다. 저녁에 노을질 즈음에 오면 빨갛고 노란색이 성당으로 스며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대 맞은편 맨 뒤쪽에는 문이 하나 있다. 영광의 파사드가 있는 곳인데 성당이 완공되면 이 문으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님의 기도가 각 나라의 말로 적혀있고 한국어도 있다. 그리고 손잡이에 보이는 A G 문구는 Antoni Gaudí를 상징하며 Gaudí의 손을 잡고 신의 집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이니셜(A. Kim)이 새겨진 스테인드글라스도 있다.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평신도들이 일으켜 세운 한국의 가톨릭 역사를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느낌이다.
성당의 입구는 총 3군데로 탄생의 파사드 - 수난의 파사드 - 영광의 파사드로 각 면이 조각되어 있다. 영광의 파사드는 아직까지도 공사 중이다.
성당을 다 둘러보고 나면 박물관에 들러 성당 건축에 대한 배경을 살펴볼 수 있고, Gaudí가 인부들의 자녀들을 위해 지은 학교도 볼 수 있는데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했다고 한다.
지하 납골묘에는 Gaudí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본디 가톨릭법에 따라 성인이나 왕족의 유해만 안치될 수 있지만 로마 교황청에서 신앙심과 업적을 높이 사서 허가해 준 것이라고 한다.
오늘 하루도 알차게 다녔다. 단짝과 나는 호텔 근처에 맥주나 와인 한잔 조용히 할만한 데가 없나 돌아다녀봤는데 역시나 외곽이라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 한 군데 찾아서 맥주 한잔하고 젤라또로 입가심을 해 준 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