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어서 같이 가는 워터파크
작년에 이혼 후 첫 여름방학을 맞아서 같이 휴가를 갔었다.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물놀이하는 그 시간을 아주 좋아했었다.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지만 키가 120cm가 안 되어 놀이기구 못 타는 둘째를 내가 챙기는 동안 첫째가 아빠와 잘 놀고 오는 모습을 보며 같이 오길 잘했다 싶기도 했고, 올라오는 날 심기 뒤틀리는 언쟁으로 휴가를 마무리하면서는 다음이 또 있어도 되려나 싶었다.
올해는 이혼 2년 차, 둘째는 이제 120cm가 조금 넘고 나 혼자서도 둘을 건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우리 가족"인 아빠의 빈자리가 분명하기에 연중행사로 아빠랑 같이 물놀이 정도는 해 주고 싶었다. 다행히 애들 아빠도 제안을 받아들였고, 숙박을 하려다가 당일이 좋겠다는 말에 나도 오케이를 했다. 아이들은 휴가의 대미를 장식할 아빠와의 워터파크행을 고대했다.
그간 갈고닦은 수영 실력을 아빠에게 자랑할 기회라고 뽐뿌를 넣어둔 터라 한껏 들뜬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작년에는 물을 무서워했었는데 이제는 물에서 잘 노는 부쩍 자란 모습을, 나 혼자만 보기에는 너무 귀엽고 기특한 모습을 애들 아빠도 꼭 같이 봤으면 했다. 식구들 먹을 음료와 과일을 챙기며 어딘가 체할 것 같았지만, 조수석에 앉은 마음이 편할 수는 없지만 참을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우리는 좋은 하루를 보냈다. 새벽에 데리러 온 아빠차를 타고 아이들이 최근 푹 빠진 셜록홈스 오디오북을 들으며 이동했고, 도착해서는 줄이 짧은 놀이기구를 잘 골라서 탔다. 오랜만에 만나는 아빠가 반가워 들러붙는 모습을 보며 마음은 착잡했지만 작년보다는 덜 불편했고, 신나게 논 덕분인지 밥도 맛있게 먹었다. 내년에는 더 잘 놀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와 내가 서로 깔깔대며 웃을 사이는 아니라서 의사소통은 최소한으로 했고 어린이용 물놀이터에 들렀을 때는 멀찍이 떨어져 각자 휴대폰을 보기도 했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하려는 마음이 비슷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둘째의 모습에는 도통 적응이 잘 안 되지만 다다음주에 또 만날 거라고 얘기할 수 있어 감사했다.
사실 올해는 혼자 아이들과 워터파크에 가기도 했다. 수영장에 다닌 덕분인지 둘째는 씩씩하게 팔찌키를 챙겨 라커룸에 들어갔고, 옷을 잘 갈아입은 기특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같이 탈 수 있는 기구가 많아져서 폐장할 때까지 즐겁게 놀았다. 아빠 없이도 안전한 워터파크 이용이 가능해졌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쯤은 아빠랑도 같이 워터파크에 갔으면 한다. 앗은 게 많은 엄마라서 이렇게라도 채워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