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정상이지 않아도 괜찮다.
잠에 들기 전, 이불속에 온몸을 욱여 놓고 이런저런 생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가끔은 온갖 자기혐오적이고, 비관적이고, 온전치 못한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내면의 검고도 동물적인 본성을 들켜버린 것만 같아 몸서리치며 얼른 사회화된 인간의 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머리를 탁탁 털어낸다.
'어떻게 내가 이런 생각을..?'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누가 알까? 만약 안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이와 같이 정상의 범위에 들고 싶은 갈망은 깨어 있을 때에도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게 한다.
'이런 말을 해도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
'방금 한 행동이 혹시 이상하지 않았나?'
정상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은 왜 끊임없이 자신이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난 건 아닌지, 자신의 행동과 말이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해 보이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걸까.
현대의 '정상'이라는 개념은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사회의 평안과 질서를 위해 세워진 기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문명화된 인간이라면 공동체의 보존을 위해 당연히 따르고 지켜야 할 사회적 기준인 정상. 그래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상을 말 그대로 정상이라 믿으며, 공동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사회의 평안은 필시 어느 정도 개인의 희생을 요하기에, 이러한 면에서 정상이란, 개인의 안녕보단 사회와 집단의 안녕에 초점을 맞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의 질서를 해치는 무질서함을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의심하게 된다.
'혹시 우리는 정상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개인을 철저히 소외시키고 있는 중은 아닐까...?'
혹시 우리는 정상이 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애쓰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에 막혀버린 기분 탓에 막막하고 답답하다면, 잠시 멈추어서 혹시 세상이 정한 정상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비정상으로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는 중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저 멀리 소외시켜 놓았던 자신에게 찾아가 안부를 묻고 토닥여주자.
가끔은 정상이지 않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