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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보다 기록

커피 술 밥은 만남

총기가 떨어진다. 사진일기를 썼다. 그날 사진만을 롤리고 기록은 나중으로 미루고는 했다. 음식사진만 있으면 그날 만난 사람,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디를 갔었고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젠... 올 한 해의 사진만을 늘어놓았는데도 앞뒤전후의 사진이 있어야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이젠 사진 아래에 설명도 촘촘히 적어놔야 하나보다.


 올 한해, 특히 전반에는 논문 쓴다고 그야말로 모든 생활 다 접고 도서관 학교 집만 오가며 나를 모두 쏟아 부었다. 혼자 눈뜨고 혼자 밥 먹고 술은 안 하고(술 생각날 틈도 없더라, 술이 당기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컨디션 나쁠까 봐, 극도로 몸이 피곤한 상태이기 때문에 쓰러질까 봐 술을 안 했다. ) 혼자 글 썼다.

잘 썼고 못썼고를 떠나 하여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도파민 중독의 기간이었다.


 그리하여 무언가 충실하게 하려면 되도록 사람들 만나는 일과 유희를 줄이고 오로지 책 읽기와 글쓰기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그런 날들을 해야 할 것이다. 정도껏 균형을 잡아,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부와 생활을 병행해 나가야 하리라. 


 논문 통과하고 학위 받고 다시 새로운 챕터를 시작했지만(대학원 박사과정진학) 다시 공부할 거리를 찾는다는 명목아래에 탐색으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다. 그리고 6개월 이상 참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을 풍성학 ㅔ하고 있다. 내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인가에 대한 나 탐구도 하게 되었다. 


 내 하루와 찰나가 담긴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ㅇ낳지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참 많은 곳을 가고 많은 것을 먹고 많은 것을 기록으로 남긴다. 내게 사진은 예술이기보다는 사실의 기록에 가깝다.  


 사진만 두어서는 이제 기억을 떠올리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총기가 떨어진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기억에만 의존하기에는 그 양이 과하게 많아서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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