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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정서

쌈마이

이미 A가 아닌 다른 등급을 받고 쭈구리 신세인데

B급에도 급이 있나.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용어지만 확 와닿는 말로 쌈마이가 있다.



현택훈 시인의 책 [날마다 B] 출판사 제공 책소개에 이런 말이 나온다.

 "모두가 A의 주류를 꿈꾸는 세상에서 성공하지 못해도 따듯한 품성으로 서로 보듬어주는 B의 정서를 담아냈다. 양극화된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주류를 이루는 부류는 A가 아닌 B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B가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루며 약하고 소외되고 외로운 이의 편에 서서 공감하는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B의 삶을 쓰려니 약간 비참한 생각이 든다. 열패감에 허우적대야만 한다. 그러다 위안을 얻은 것이 B의 마음이다. 약하고 외롭고 소외된 이의 편에 서는 것이 B다. B의 정서는 비록 성공하지 못했어도 따뜻한 품성으로 서로 이해하며 사는 마음이다. _「들어가며」에서

   ‘알 수 없는 예술가’의 삶에도 장점이 있겠지. 꿈을 꿀 수 있다.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동경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일종의 자기 최면이 필요한 일이지만 헛된 꿈에 대한 희망이라도 갖고 산다. _「알 수 없는 음악가」에서

   B급은 나쁜 것이 아니다. B급에도 예술이 있고 삶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짝퉁이 되지는 말자. 예술은 모방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을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진품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나 정서를 모방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말이다. 한계를 인정할 수 있어서 인간이다. 그럴 때 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_「B급의 색깔」에서


저자는 자칭, 타칭 무명 시인으로 살아가는 B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비주류로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며 통칭 B급이 아니라 B라 하게 된 이유를 풀어놓는다.


쌈마이를 나무위키에서 찾았다.

주로 무대와 방송 같은 극 형태에서 별 볼 일 없는 3류 스타일을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은어이자 수식어.

어디에든지 간에 갖다 붙이기만 하면 물건이든 뭐든 간에 싸구려 취급받는 특징이 있고 쌈마이 영화, 쌈마이 게임, 쌈마이 스토리 등등 바리에이션도 다양하다. '싼마이' 등으로 발음될 때도 있다. 아래 유래와 더불어 뜻 때문에 '싼티', '싸구려' 등이 연상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여기서 약간 더 시간이 지나 21세기가 되자 이런 상황이 재역전. 아예 뭔가 대놓고 구닥다리거나 싸구려를, 촌스러운 옛날 스타일을 지향해서 우스꽝스러움을 추구하거나, 남자의 로망이나 남성미 같은 것을 고의적으로 부각해 코믹한 장치로 사용하는, 즉, 왠지 병신 같지만 멋있어라는 느낌을 주는 표현방식으로 쓰이게 되었다. 일종의 복고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의미가 확장된 것. 


 원래는, 내가 B를 향하는 마음, 이 마음의 근원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나는 어디서든 1등,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들보다는 그냥 저 구석에서 있으나 없으나 그다지 티 나지 않는 소외된 것 같은 사람들을 좋아했다. 1등은 내가 좋아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내 작은 사랑 같은 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의 탐험보다는 사진에 담긴 '떨이상품'이야기를 하려 한다.


서귀포에 집을 얻을 때, 그 집의 장점을 '하나로마트가 가깝다'라고 어필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 당시, 집에서 그다지 밥을 해 먹지 않기에, 장보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던 나는 그 후, 제대로 집밥을 해 먹게 되었고, 하나로마트를 알뜰하게 빈번히 이용했다. 크기에 비해 상품 구색이 좋았다. 그리고 하나로마트의 특성상 채소, 과일, 생선 등 식재료가 신선했다. 무엇보다 약간 흠이 있는 상품의 할인 코너가 좋았다. 흠, 시듦, 유통기한 임박이 원인이었지만 그다지 티 나지 않았다. 

 뭔가를 정하고 사러 가기보다는 그날그날 할인상품에 맞추어서 음식을 해 먹었다. 안 사도 되는 것까지 사게 되지만 알뜰하게 생활하는 것 같은 만족감이 있었다.


그러다 이사를 하게 되었고, 집 앞에 애매한 크기의 마트가 있다. 채소, 고기, 생선, 제과점이 입점해 있으나, 그렇다고 대형마트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 상품구색이 조금 아쉽고, 가격 또한 시장이나 대형마트보다 싸지 않다.  동문시장도 가깝고, 큰 마트들도 가깝지만, 뚜벅이로 버스 타고 다니는 사람으로 차로 접근성이 좋은 마트들은 가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오늘 나를 글 쓰게 하는 슬픈 현실. 내가 다니는 마트의 유효기간 임박 상품에 불만이 있다. 정말 심각하게 오늘이 지나면 못 먹을 상품들이 알뜰이라는 이름을 달고 기존상품 바코드 위에 새 바코드를 부여받는다.

흠과 시듦이 심각하다.  상한 부위가 꽤 넓고 크다. 

 그냥 괜찮네 수준의 알뜰 상품은 그다지 할인폭이 크지 않다.

 그러니까 이 마트의 알뜰은 소비자가 받아들이기에 그다지 파격적이지가 않다. 우유나 유제품도 유통기한 1일 정도 전에 나온다. 나야 유통기한을 하늘처럼 떠받는 사람 아니고, 며칠 지나도 별일 없다는 지론이라 따지지 않고 산다. 200미리짜리 우유도 1천 원이 넘는 시대이니 거의 900미리짜리를 1천 원에 파는 건 거의 개꿀이다.(부작용. 정상가격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비건지향형 인간으로 우유, 유제품, 계란을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알뜰코너에 있을 때에 한해서 산다. 가끔은 나도 먹고 싶다. 따뜻하게 데운 우유는 내게 소울푸드 같은 음식이다.


 수입과일도 먹지 않는다만(로컬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리적으로) 노밀가루, 노오븐으로 만든 빵, 이런 레시피를 유튜브에서 보고 따라 해보고 싶었다.(가끔은 요리가 하고 싶다. 일이 아닌 취미가 되면 요리도 즐겁다.)


 정상가격에서 5,6천 원 정도를 아낀 장보기인가. 아무것도 안사면 0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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