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가 어디인지 정확한 지식인지도 알 수 없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외국의 유명한 여성과학자들에게 전공이나 연구를 하게 된 계기를 물었는데, 어쩌다 보니 내지는 우연히... 였다고 했다. 그 말을 한 사람도 의외가 아니냐, 여성의 불모지 과학의 세계에서 연구자로 성공하려면 대단한 노력과 각오가 필요했을 테니, 뭔가 계획이 있고 그 계획에 맞는 노력이 뒤따랐을 거라는 전제하에 질문을 했을 텐데 그 답은 김 빠지는 거였다는 뉘앙스로 말을 전했다.
내가 박사 전공을 선택하면서 여성과학자들의 연구주제 결정도 거의 우연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걸 시절인연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상황, 때, 사람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건데, 내가 '윤리학'을 '제주'에서 '박사'과정으로 하며 살 줄은 정말 몰랐다. 막연하게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만 결과적으로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얼마 전 김미소라는 분의 강의를 들었다. 미국에서 공부를 했는데, 일본에 연고 없고, 일본어도 못하고, 미국이나 한국 외에 다른 나라에 가서 살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고. 그런데 지금 결과적으로 일본에서 교수하며 살고 있다고. 5년 후 너는 일본에서 교수를 하며 살게 될 거야라고 5년 전의 본인에게 점쟁이가 말했다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나도 그 비슷하다.
인생은 어쩌면 알 수없기에 흥미진진한 것일 수도.
또한 그럴 때면 가끔 회의적이거나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대체 무엇인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없으니, 계획을 세운다는 일이 무의미한 거 아닐까.....
나를 우연에 맡기면서도 우주의 농담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은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