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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시 Jan 01. 2024

진도보다는 진전입니다

나아간다는 것은 나선이 아닐까요?

저는 늘 ‘다음’을 외치는 사람입니다. 해야 할 것을 하나하나 이루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남김없이 처리해 프로젝트를 쑥쑥 진척시킨 날이면, 퇴근하는 발걸음이 경쾌합니다. 비단 업무뿐 아니라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계단씩 오르듯 순조롭게 쭉쭉 나아가는 일상, 1시간을 쏟으면 1시간의 몫만큼 정직하게 나아가 있는 일상은 누구에게나 뿌듯하고 보람찰 테지요.


하지만 그런 날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실상은 아침에 적은 체크리스트 목록 중 하나라도 해치우면 다행입니다. 분명 9시간 동안 분주하게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하며 공을 쏟았다 생각했는데 퇴근하려니 전혀 진도를 빼지 못한 날도 많습니다. 하루면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일을 일주일이나 걸려 겨우 끝마치는 일도 태반입니다. 부단히 노력을 쏟았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일도 심심찮게 겪고요. 그럴 때면 허탕한 심정으로 “오늘 아무 것도 한 게 없어!”라고 외치게 됩니다. 시간은 흐르는데 그만 마음도 조급해집니다.


그럴 때마다 고등학교 시절, 머리가 희끗하신 어느 수학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이 떠오릅니다. “하루종일 열심히 머리를 쥐어짰는데 겨우 딱 한 문제만 풀었어. 그럼 하루가 되게 헛된 것 같지? 근데 고작 딱 한 문제라도 어제의 나보다 새롭게 풀 수 있게 되었다는 거야. 하루를 몽땅 쏟아서 딱 하나만 알게 되었더라도, 분명히 나아갔다 이 말이야.” 당시에는 그 반에서 유일하게 수학을 힘겨워 했던 저라, 모두에게 말하는 듯 해도 저를 바라보며 하셨던 말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자리걸음한 것처럼 보여도 결코 그 자리에 똑같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을 종종 곱씹습니다. 인생이든 업무든 생활이든, 나아간다는 것은 나선이 아닐까요? 하루종일 열심히 작업했는데 마땅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면 진전이 없었던 걸까요? 몇 시간 동안 이 방향 저 방향 다양하게 시도한 고민의 여정은 내 안에 남았을 것입니다. 열심히 고민했는데 답을 찾지 못했더라도 답이 아닌 것들은 지울 수 있었을 테지요. 기껏 열심히 준비했는데 바라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더라도 그것을 준비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일 것입니다. 진도를 뺐다고 말할 수 없더라도,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을 TO-DO LIST로 바라봅니다. 네모난 박스에 체크표시를 해야 다음으로 나아간 것 같습니다. 모든 일에 ‘가성비’를 찾는 바람에 한 시간 동안 할 일을 세 시간 걸려 하면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에 나날이 속도감 있게 성과를 이뤄 온 우리지만, 그 과정 속에서 무엇을 해냈는지보다 무엇을 새롭게 알아가고 있는지는 충분히 곱씹을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요?


언제부턴가 일을 하면서 동료에게 “어디까지 했어요?”라고 묻는 일이 줄었습니다. 대신 늘 이렇게 묻습니다. “진전은 있었나요?” 사실 동료에게 묻는 말이라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아 보이는 날일지라도, 퇴근하기 전 “진전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언제나 대답은 YES입니다. 진전이야말로 진도에서는 엿볼 수 없는 나의 노력과 시간을 투명하게 간직한 '정직한 성장'입니다.


매일 자신에게 물어 봅시다. 혹은 지난 해의 날들에 물어봅시다. 과연 진전이 있었나요? 늘 마음 속에 염두에 둔 채, 매일 사무실 문을 닫고 퇴근하며 하루종일 푼 문제집을 덮으며 되뇌어 봅니다. 진도보다는 진전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걱정 없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합시다.





NEW | <오늘의 기본> 텀블벅 펀딩 출간 OPEN!

<오늘의 기본> 텀블벅 출간


안녕하세요. 위시입니다.

1월부터 빠짐없이 연재한 <오늘의 기본>이 벌써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늘 따뜻한 관심으로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꾸준히 준비하던 <오늘의 기본>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한 사람의 기록이었을 뿐인 이야기가 응원과 관심 속에서 각자의 생활 미학이 되어가는 과정은 무척 뜻깊고 뿌듯했습니다.


1/8 텀블벅에서 공식 오픈될 예정이며, 현재 공개예정 프로젝트로 '알림 신청'이 가능합니다.

(당일 알림을 통해, 얼리버드 옵션을 빠르게 선택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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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다름 없는 응원 부탁드리며, <오늘의 기본>은 변함없이 2024년에도 매주 이어집니다.


텀블벅 소개란에 모든 라이프마인더 분께 전하는 편지도 함께 적어두었으니,

한 번 천천히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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