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푸지 Aug 13. 2024

바디프로필이 내게 남긴 것

좋은 점도 많지만 약점은 치명타가 되었다

1월은 참 신기하다. 새해 첫 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추위에 둔해진 몸을 움직이게 한다. 바디프로필을 떠올리게 된 것도 1월이 주는 활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작은 나의 젊음을 기록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이런 의미는 아니었다. ‘연초니까’ 여느 누군가와 비슷하게 운동은 자연히 새해 목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왕 운동을 시작한 거 바디프로필이라는 목표가 있다면 더 열심히 할 것 같았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운동은 습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목표 지향적인 나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았던 것일까. 결론적으로 ‘꾸준히 운동하기’라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었다. 원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운동으로 ‘비워내기’를 경험하고 나니 더욱더 그 매력에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덕분에 나는 지금도 여전히 거의 매일 같이 운동한다. 아침엔 골프 또는 필라테스, 저녁엔 헬스 또는 클라이밍, 이렇게 운동으로 하루를 채우곤 한다. 평범한 회사원 치고는 제법 진천인 같기도 하다. 이 정도면 2023년의 목표를 초과 달성한 셈이 아닌가. 1년 넘게 운동을 지속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디프로필로 얻은 것은 운동의 습관화에 그치지 않는다. (나중에 또 이야기하겠지만) 척추 측만증으로 꽁꽁 감추고만 있던 나의 몸을 과감히 마주하고, 나답게 나의 몸을 기록했다. 그 결과물은 당연하고 ‘고3 이후에 이렇게까지 독하게 살아봤던가?’ 싶었던 경험은 자신감도 가져다주었다. ‘나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었던 사람이었구나’를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거의 평생을 마른 비만에 가까운 사람으로 살아왔기에 제대로 된 다이어트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 과정 속에서 ‘건강’에 지독한 관심과 지식 또한 얻게 되었다. 저속노화가 트렌드라고 하지 않았던가. 친구들과 저속노화에 관해, 혈당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나는 어느새 건강 유튜브 하나 뚝딱 찍고 있었다. 탄단지를 고루 갖춘 식단, 혈당 스파이크를 완화하는 법, 건강한 생활 습관에 관해서는 이미 집요한 다이어트 끝에 도를 텄기 때문이다. 여전히 수많은 헬스 트레이너들과 명의들로 가득 찬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일 것이다. 덕분에 ‘나름대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알아가고,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점들만 있었다면 바디프로필 촬영을 모두에게 독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글들에서 알 수 있듯 바디프로필은 긍정적인 영향만을 남기진 않는다. 급박한 다이어트는 요요로 돌아오기도 하고, 식이장애나 강박 등 숱한 부작용들을 남기기도 한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 되려 10kg 이상 찌거나, 거식증/폭식증이 생기진 않았다.


그러나 이전부터 취약했던-그러나 간과하고 있었던 것들이 발현하며 ‘맞춤형’ 부작용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전 01화 바디프로필 대장정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