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파리지앵
인간은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때때로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인간은 여러 관계에 있어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가장 크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은 경험은 바로 빵집에서 일할 때였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빵 가게에서 최근까지 일했다. 내가 맡은 스케줄은 오픈.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에 버스를 타서 7시까지 출근했다. 멀리까지 가서 일을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아침에 일을 한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은행에서 일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빵집은 지역 주민들의 생활 반경에 큰 중심점이 된다. 가령 7시에 가게가 정식으로 여는데 6시 55분부터 기다리며 프렌치토스트 2개를 사는 할아버지와 매일 아침 7시 10분 라테를 사러 오는 유치원 선생님, 7시 20분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연하게"를 외치는 아저씨, 샌드위치를 사는 젊은 청년과 운동을 막 마치고 단백질 샐러드를 사러 오는 젊은 커플의 하루는 나와 함께 시작한다.
아침 7시에 집 앞 빵집에서 빵을 사는 사람들의 에너지는 어떨까? 분명 야행성 인간보다 조금 더 활력이 넘치며, 비가 오는 날에도 자신들의 고정된 아침 습관을 지키며 나에게 닿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빵집은 이런 매력이 있었다. 일적으로도 매력적이었던 빵집의 다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시간이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
아침에는 빵을 직접 구우시는 기사님이 하루 종일 시간에 맞춰 빵을 내놓으신다. 빵을 '냉판'이라고 부르는 철판으로 옮겨 식힌 후 코로나 시대에 맞게 개별 포장한다. 사실상 하루에 하는 일의 순서와 양은 정해져 있고, 추가로 손님이 음료를 주문하는 것에 따라 하루 업무량이 변동되는 것이다. 정해진 순서대로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난다. 7시에 일을 시작하면 10시 반쯤에 하루 업무가 대략 끝나고, 12시 퇴근까지 약간의 휴식시간이 생긴다.
2. 많은 사람과 일한다.
빵을 굽는 기사님, 샌드위치를 만드는 기사님과 더불어 '이모님'과 함께 총 4명이 일을 했다. 빵집은 대부분 여성 채용자를 많이 뽑는데, 나는 운이 좋아 뽑힌 경우다. 이모님을 제외하면 다들 20대에 아르바이트들은 모두 학생이었는데, 빵집에 어울리는 사람을 뽑은 건지 뽑아놓고 보니 빵집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모두 성격에 있어 결이 같았다. 그래서 일을 하며 부딪히는 갈등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서로서로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빵의 따뜻함이 분위기가 되는 곳이었다.
3. 일이 너무 쉽다.
일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모든 종류의 빵 이름과 가격을 외우고,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 빵을 찾아 입력하는 것이었다. 이외에는 전혀 어려운 것이 없었다. 심지어 빵도 시간대별로 달라, 살 수 있는 빵이 시간별로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어 아침 일찍 오면 샌드위치는 살 수 없었기 때문에 10시 이전 손님이 사는 빵과 그 이후 손님이 사는 빵의 종류가 달랐다. 그래서 처음 일을 하며 차근차근 빵의 이름을 외울 수 있었다. 전문 카페도 아니어서 음료의 레시피도 없었다. 사실상 준비된 재료를 일회용 컵에 부어버리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일이 너무 쉬웠다.
물론, 매장마다 분위기는 다르다. 바로 집 앞에 있는 이 프랜차이즈 빵집은 거의 매 달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가 난다. 나에게는 편하고 쉬웠던 이 일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었을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사람과도 부딪히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100% 좋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아침에 근무를 하며 얻는 에너지는 무척 좋았다.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간호사들이 새벽 5시에 출근하는 것을 봤었는데, 그때는 직장 내에 있는 편의점이다 보니 오히려 출근하기 싫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얻었었다. 하지만 자신의 기호에 맞춰 버스를 기다리며 홀짝이는 커피 한 잔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주는 에너지는 분명 긍정적이었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분명 쉬운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으로 얻은 것이 많은 경험이었다.
■ 빵집
장점 : 긍정적인 에너지, 쉬운 업무, 의외로 옷에 배지 않는 빵 냄새, 좋은 파트너
단점 : 오랜 시간 서있기, 단조로운 근무는 누군가에게 매너리즘이 될 수 있음
급여 : 8,720원 (2021년 최저시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