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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옙히 Jun 12. 2021

[알바;썰] 행사 아르바이트

단기 아르바이트의 대명사

아르바이트를 하면 사람을 많이 만난다.


손님을 많이 만난다는 뜻도 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군 전역 후 유럽 여행을 계획했는데, 2달 정도 시간이 비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니 너무 빨리 그만두는 것 같았고, 하지 않자니 용돈이 필요했다. 일명 '하루 알바'로 불리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고, 행사 아르바이트는 나의 상황에서 적합한 조건이었다. 


단기 아르바이트는 보통 몸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무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은 단 하루의 인력을 늘리기엔 마땅한 일이 없다. 보통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회나 행사 등의 아르바이트를 이야기한다. 오늘은 직접 했었던 3가지 행사에 대해 다뤄보겠다.




▲ 한우 행사 스태프 일을 하던 모습.

1. 한우 행사

나는 개인적으로 깔끔 떠는 편이다. 고상한 척하는 것도 있지만, 옷에서 음식 냄새가 나는 것이 너무 싫다. 그래서 고깃집을 가는 것이 일 년에 손을 꼽는다. 국물 요리처럼 냄새가 많이 나는 것도 별로다. 그나마 외투를 입지 않는 여름에야 가는 편이지만, 겨울에는 집에서만 밥을 먹는다고 하는 수준이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돈이 급하다 보니 1,000명 넘는 사람들이 함께 한우를 구워 먹는 행사의 스태프를 했었다.

2016년, 한양대학교 앞 한강공원에서 나름 홍보가 잘 된 한우 행사가 있었다. 내 업무는 고기를 사러 오거나 먹으러 온 손님들이 주차와 동선에 불편이 없도록 관리하고, 카메라를 다룰 줄 안다는 이유로 손님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일을 했었다. 3일 정도 진행되는 행사에서 총 30시간 넘게 일을 했는데, 집에서 씻어도 씻어도 고기 냄새가 빠지질 않아서 꽤나 힘들었다. 


2. 김장 행사

코로나 이전에는 11월이 되면 시청 앞에서 김장 행사를 한다. 만들어진 김치는 소외 가정으로 보내지는데, 아주 대규모로 해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냐면, 사람들이 하도 힘들어 도망치니까 일을 하는 도중에도 모집공고가 계속 아르바이트 구인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왔다. 아마도 세금이 투입된 행사일 텐데 사람관리도 전혀 안되었고, 시청 화장실에는 빨간 유니폼을 입고 숨어서 출석을 부를 시간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드글거렸다.


3. 세빛둥둥섬 연회

세빛섬 안에 있는 연회장에서 행사 진행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침에 고속터미널 역 출구 앞에서 관리자의 인솔 하에 연회장까지 가서 행사 진행을 도왔다. 테이블과 음식을 날랐고, 식기류를 닦았다. 출장뷔페와 크게 다르진 않았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같이 일하던 어려 보였던 여자들이 도망갔다는 것이다. 일을 하던 도중 갑자기 도망을 갔는데, 그 이유가 고등학생인데 보호관찰 중이어서였다. 나는 잘 모르지만, 나에게 말을 해주기로는 본인이 보호관찰 중인데 강의를 들으러 특정 교육소를 가야 하는데 연락을 무시하고 일을 하러 왔다가 적발되었다고 했다. 덕분에 여러 명이 할 일을 남은 사람들만으로 해결해야 해서 힘들었던 하루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특히 행사 아르바이트는 독특한 사람을 많이 만난다. 이유는 바로 오늘 보고 말 사이라고 생각해서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세빛섬에서 본 여학생들 말고도 한우 행사에서 친해진 형이 다음날 김장행사에서 만날 운명이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형은 혼자였으면 일을 열심히 했겠지만, 남 들다 숨어서 일을 피하는데 같이 숨자며 나를 꼬시려 들었다. 만약 숨었어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급여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한우 행사 아르바이트는 관리자가 당시 23살이던 나보다 어렸는데, 행사가 끝나가자 하도 친해져서 본인이 아르바이트들의 업무를 같이 해주고 있었다. 아웃소싱 업체의 스태프로 고용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도 직원이 아니라 아르바이트였다. 즉, 행사 아르바이트 모두 이렇다 할 관리체계 없이 그저 한 번의 행사를 때우기 위한 몸부림이다.


돈이 급하거나 나처럼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면, 단기 아르바이트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평소의 나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거나 경험과 교훈을 얻기에는 단기 아르바이트는 여러모로 피곤할 것이다. '어차피 이런 자리에서 만난 사람은 앞으로 만나지도 않을 텐데'라며 그 허술한 관리체계에 만족하고 일을 할 수도 있는데, 그만큼 내가 얻는 피해에 대한 보상도 존재하지 않는 뜻이기도 하다. 다쳐도 책임지는 사람 없는 일은 함부로 하지 말자. 우리 시간과 우리 몸은 소중하다.


■ 행사 아르바이트

장점 : 철저히 내 스케줄을 지킬 수 있음

단점 : 책임감 없는 동료를 만날 가능성이 아주 높음, '지나갈 사람'이라는 대접, 고생길

급여 : 6,030원 (2016년 최저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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