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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뉴븨 Newnewv Oct 31. 2024

리셋버튼에 얽힌 비밀, 3가지 주문

<라이프 리크리-디자인> Chapter1-3

 

 이 3차원 세상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보통 정신없이 바쁘다. 매일 같이 '죽을 것 같다', '죽겠네', '(주먹을 내보이며) 죽는다'와 같은 '죽음'의 위협과 협박(!)이 디폴트값인 일상 속에, '생존'은 항상 뭔가에 쫓기듯 더 조바심이 나는 터라, 맨 정신으로 자기 삶을 누리는 게 녹록지 않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정신'을 어딘가에 빼놓고 싶어 안달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


 그렇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는, 영혼의 심장과도 같은 '우리 자기(自己)'를 잃어버리게 된다. 아이쿠! '진짜 나'라는 알맹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껍질과 모양들. 상상이 가는가?

 슬프게도 우리는 그렇게 '보여주기 위한' 가짜 나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진짜 나 사이의 간극, 공허와 혼돈(Chaos)의 디폴트값 위에서 살아간다. '방황'이 필수일 수밖에.


 그렇게 우리는 무의식 속에서 '생명'이 아닌 강한 자극, 곧 '죽음'에 더 집중된 상태가 되고, 죽음의 양손이 우리 양 볼을 꽉 쥐고 노려보는 통에, 자극적이지 않은 순하고 귀중한 그것, 곧 '생명'에 대한 기쁨, 감탄, 사랑, 감사, 존경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은... 쉽게 잘 생각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삶은 하드코어 게임, 난이도가 매우 높은, 저 맨 꼭대기에서 누군가, 나를 떨어뜨리기 위한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이 보였던 것. 쉿! 비밀이다.




 죽음은 나를 몰아갔다. 용맹 무쌍할 것 같은 내 호기는 삶의 절벽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겁쟁이. 어디선지 비난하는 듯 목소리가 들렸다. '용기'는 편의점에 가서 살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겁쟁이. 아무리 욕을 들어도 겁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 덕지덕지 온몸 곳곳으로 더 달라붙는 듯했다.

 죽음이 나를 무섭도록 코너로 몰아갔고,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했던가? 피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의 파편들에 부딪힌 내 판도라 상자의 뚜껑은 열리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시련, 고난, 모든 재앙들이 쏟아져 흘러내렸다.


 하늘이 무너져야 솟아날 구멍이 나타난다 했던가? 참 아이러니하게도, 삶이 철저히 무너져 내린 그때, 그 시련과 재앙들 한가운데 거기, 바로 그 구렁텅이 같은 소용돌이 깊은 그 속에... 빛나는 어떤 것이 있었다. 그렇게 소란한 가운데에도 초연하고 잠잠히, 그리고 분명하고도 뚜렷하게... 빛나고 단단한 몸을 가진 위대한 ‘용기’가 거기 있었다.      


 위대한 모습의 용기가 한낱 가엾은 영혼인 내게로 온 것이다. 혼돈에 사로잡혀 꼼짝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던 그때, 위대한 용기는 내 심장 한가운데 강렬한 박동을 일으키고, 자욱한 혼돈을 연기같이 흐트며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내 심장'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그리고 나지막이,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인정한다.”      

  “나는 너를 믿는다.”     


 왈칵, 눈물이 갑자기 눈가를 타고 맴돌다 물이 흐르듯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혼돈 속에서 겁쟁이가 되어 웅크리고 있는 나를, 용기는 아기새를 쓰다듬고 보듬듯 안아 올렸다. 그렇게 용기는 공허와 혼돈의 골짜기에 갇혀 있는 내 가슴에서 솟아 나왔다. 그는 내 양손을 힘껏 잡아 주었다.


 나는 아기처럼 앙앙 울었다. 양 주먹을 꽉 쥐고는 온 힘을 다해 울었다. 세상에 태어나는 일은 일단, 울고 볼 일인가? 갓난아기로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는 세상 떠나가라 울었겠지. 그때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면서, 갓 태어났던 그때보다 나는 더 큰 목소리로 더 큰 덩치가 되어 더 목청껏 울었다.


 진짜 우리 자기(自己)와의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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