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국에 그건 왜 물어보시나요..
시국이 불안하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회사 여러군데서 희망퇴직을 한다는 기사가 나온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회사 계열사 중 한 곳에서 현재 희망퇴직 또는 무급휴직을 신청 받는다고 해서 우리 회사 블라인드 게시판이 소란스럽다.
당장 내가 속한 회사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지 않지만, 현재 진행중인 계열사의 희망퇴직 절차가 끝나면 내년초에 우리회사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것이라고 정보력이 뛰어난 우리 팀장님이 알려주셨다. 근속 20년을 코앞에 두었으나 팀장이 되지 못한 나는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면 아마도 1순위 대상이 될 것이라 그 소식에 마음이 불안하다.
약 10년전 우리회사는 대대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었다. 말이 좋아 희망퇴직이지 원하는 숫자와 대상자를 정해놓고 나갈때까지 주기적으로 면담을 해서 희망퇴직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면담을 계속했으나 끝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고 버텨서 현재까지 회사를 다니는 분들 아주 소수가 있었고, 대부분은 압박 면담을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 두셨다.
당시 나와 친했던 대리님의 희망퇴직 듣고 너무나 속상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까지 인수인계를 열심히 해주시는 것을 보고는 나중에 내가 이와 동일한 일을 겪으면 나는 인수인계 적당히 하고 그냥 나갈 것을 맹세했었다. 다만, 내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니 또 다시 칼바람이 불고 있다. 몸을 사리고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찰싹 붙어 바람이 불더라도 떨어지지 않게 지내야 하는데, 얼마전 출근길 엘레베이터에서 경영지원실 실장님과 같이 엘레베이터를 탔다. 평소와 같이 인사를 하고 멀뚱히 서 있었는데 그분이 뜬금없이 "XX씨 올해 몇년차죠? 이런거 물어서 미안한데 나이가 몇살이죠?" 라고 물어보셨다. 헉!! 눈에 띄면 안되는데 하필 HR 담당임원 눈에 띄어버렸다. 이 시국에 이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뭘까? 내 연차와 나이가 궁금하시면 그냥 HR에 조용히 알아보실 것이지, 출근길에 면전에 이런 질문을 왜 하실까? 짧은 시간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최대한 웃으며 고연차/고연령인 것이 드러나지 않게 대답을 했지만 숫자는 내가 고연차/고연령인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10여년 전, 그 시절에 희망퇴직을 신청하셨던 20년차 아들 셋을 키우셨던 외벌이 부장님이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안부가 궁금해 지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