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랑 Jun 16. 2022

그녀가 듣고 싶었던 말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얼마 전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다. 우리 옆에는 위암 수술 예정인 아주머니가 보호자 없이 입원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아주머니는 수술을 받으러 병실을 떠나더니 정오가 지나서야 수술을 끝내고 병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위암 수술을 하다가 자궁에 전이가 된 것을 발견하고 자궁도 적출했다고 한다. 병실에 돌아온 아주머니는 계속 끙끙 앓았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에 연신 전화를 걸고 있었다. 

수화 음을 최대로 설정해두었는지 수화기 너머로 전화 연결 음이 고요한 병실의 침묵을 깨고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한참 후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남편이었다. 아주머니는 끙끙거리며 수화기 너머의 남편에게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렸다. 


“나 많이 아프다. 복강경 수술이라고 알았는데 개복수술을 했다카더라. 전이가 되어 자궁도 적출했다.” 


아주머니의 현재 상태에 남편이 많이 놀랐을 거라 예상해서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수화기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편의 얘기는 놀랍도록 의외였다. 


“괜찮아. 안 죽어.”


너무나 차분하면서 또렷하게 부인에게 건네는 남편의 얘기는 그들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나에게까지 무안함이 전해졌다.

남편의 ‘안 죽는다’라는 무심한 한 마디에 아주머니는 전화를 단번에 끊어버렸다. 


아내가 기대한 남편의 대답은 그게 아니었을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괜찮은지를 물어봐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했을 텐데……. 남편의 따뜻한 한마디 말이 어떤 치료제보다 빨리 나을 것 같으니까…….     

아내는 괜찮지 않았다. 진통제를 맞고도 고통을 삭이지 못하고 밤새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밤은 그 어떤 밤보다 유난히 길고 고통스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은 서로를 잊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