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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Feb 22. 2022

사랑은 서로를 잊지 않는다

어린 조카와 잠시 함께 지냈던 적이 있었다.
엄마는 그 누구보다 당신의 손주를 끔찍하게 아끼고 사랑했다.

조카도 그걸 아는지 온종일 할머니 곁을 떠날 줄 몰랐다.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부산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른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자고 있는 조카에게 인사도 못 하고 집을 나섰다.
엄마는 여행 내내 손주를 보고 싶어 했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잘 놀고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멀리 여행을 와서도 오직 손주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며칠간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신기하게도 조카가 할머니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조카는 어디선가 바람처럼 달려와 할머니에게 덥석 안겼다.
그 모습이 마치 “할머니, 어디 갔다 왔어? 보고 싶었잖아.”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몇 년간 떨어져 있던 애인을 만난 것처럼 조카는 한참 동안 할머니에게 안겨 떨어질 줄 몰랐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지만, 조카는 할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것임이 분명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란 걸 그날 어린 조카를 보며 깨달았다.
할머니와 손주, 두 사람의 텔레파시는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계속 통했던 게 분명하다.

사랑은 서로를 잊지 않는다. 그건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이 오가는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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