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공황장애, 마음, 오해

by 외과의사 닥터오

외래 진료와 수술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을 보게 됩니다.


배가 아파서 오시는 분

몸에 생기는 작은 혹 때문에 오시는 분

교통사고로 복부 안쪽으로 피가 나서 오시는 분

건강 검진에서 우연히 문제가 확인이 되어 상담하러 오시는 분

암이 진단되어 상담하러 오시는 분

아주 다양한 문제로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찾습니다.


특히 우리 몸은 어는 부위에서든 "혹"이 자주 생깁니다. 그 혹은 1cm보다 더 작을 수도 있고, 크기가 20cm 이상되는 커다란 혹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에 생기는 이런 "혹"들은 대부분 지방종, 피지낭종, 표피낭종처럼 수술적 치료로 제거하면 되는 양성종양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크기가 작아 별거 아니겠지 하고 수술했는데, 조직검사를 확인해보니 "피부암"이 확인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저희 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입원 치료받고 있는 환자가 오른쪽 옆구리가 불편하고 "혹" 같은 것이 만져진다고 하여 상담을 했습니다.


처음에 재활의학과에 입원해있다고 해서 걸어 다니는 것이 불편하거나 오랜 병원 생활 때문에 누워서 생활하는 환자 일 수 있다는 생각에 직접 병동으로 환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환자가 자리에 없어서 재활치료받으러 가셨나??라는 생각에 확인해 보니.

젊고 걷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는 환자였고, 지금은 병원 주변으로 산책 갔다고 했습니다


병실로 다시 오시면 외래에서 환자 상담하기로 하고 내려왔습니다.


다른 환자 진료를 하고 있는데, 운동 후 병동으로 돌아오셨다고 해서 외래로 상담하러 오시라고 알려드렸는데, 외래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를 보니 건강한 30대 중반의 젊은 환자였습니다.


환자가 불편하다고 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초음파 검사까지 진행하였습니다.


크기는 1.5 ~ 2cm 정도여서 다행히 크지 않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전신마취 없이 국소마취로도 수술이 가능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환자는 수술을 바로 하길 원했지만 이미 다른 환자들과 약속된 수술들이 많아서 원하는 날짜에 하기 힘들었습니다.


"기왕 할거 빨리하고 싶어요.

저는 오늘도 되고, 내일도 수술받을 수 있어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 내일, 모레까지 수술이 이미 예약된 환자분들이 계셔서 빨리는 안될 거 같아요.

3일 뒤 오전에 예약된 수술이 변경되어서 그날 해드릴 수 있는데, 그 날짜는 괜찮으시겠어요??"


"아..

그럼 그날 해주세요.

혹시 오전에 일찍 해주실 수 있나요??"


작은 병변이라고 생각했지만,

환자는 생각보다 걱정이 많이 되었는지

수술을 빨리 원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수술 스케줄을 다시 확인해보니

그래도 이 환자의 수술 스케줄을 오전 첫 수술로 맞춰드릴 수 있어서 오전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드렸습니다.


바로 수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빨리 수술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시는 듯 병동으로 올라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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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는 날 아침 수술 준비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수술방으로 올라갔습니다.


병변은 작았기 때문에 국소마취 후에 간단히 잘 제거될 거라고 설명드리고 시작하려는데.


웬일인지..

다른 환자들과는 다르게

수술 부위를 가린 소독포 뒤로 작은 떨림과 걱정, 긴장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그때..

환자가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

제가 공황장애가 있어요.

많이 무섭고, 겁나요.

혹시, 국소 마취하는 주사바늘을

많이 찔러야 하나요??"


저는 순간..


"띵.."

하듯이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작은 혹이고, 피부 깊이 위치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시간도 적게 걸리고 환자도 쉽게 수술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전신마취도 아니고,

쉽게 끝나는 수술인데

참 걱정이 많은 분이시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은..


이 환자는 마음이 많이 아프신 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피부의 "작은 혹"이 생긴다면 그 크기가 작다 보니 대부분 신경 쓰지 않거나 수술도 쉽고 편하게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쉽고 작은 병도

"암"처럼 크고, 너무나 아픈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늘 하는 수술이지만 좀 더 자세히 설명드렸습니다.


"이제 마취 주사 놓을 거예요.

혹이 크지 않지만, 수술할 때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깐 여러 군데 마취주사를 놓아야 합니다.

자.. 이제 주사 놓을게요."


"여기 괜찮으세요??

여기는요??

아프시면 이야기하세요."


어떤 마음으로 수술방을 들어오셨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수술 중 통증은 없는지??

걱정되는 것은 없는지??


오히려 더 자주 확인하였습니다.


병원을 찾는다는 것은 어딘가 아프거나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부분은 눈으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주로 보이는 것을 믿고, 그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듯합니다.


그렇기에 때론 이해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면 서로 오해하기도 하고 상처 주는 일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병원을 찾는 이들은 뭔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만남 속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생긴다면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아니면 환자가 미처 말하지 못한 속 사정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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