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患者)라고 하면 사전적으로 병들거나 다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병원을 찾고 의사를 만나 치료받고 좋아지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병이라는 것이 치료하면 모두 좋아지면 좋겠는데. 때론 병이 좋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병원을 찾기도 하고, 다른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좋아지지 않는 병마 때문에 환자도 힘들지만, 이를 지켜보는 보호자들도 아프고 지치게 됩니다.
이런 환자, 보호자들을 진료실에서 만나게 되면 저도 안타깝고, 어떻게 도움을 드려야 하나 고민하게 됩니다.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환자 중에 오래전부터 있었던 항문과 엉덩이, 직장 주변의 병변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병변이 크다는 이유로..
수술받기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술을 못 받고,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받는 환자가 있었습니다.
만약..
수술이 어려운 이유, 수술이 위험한 이유, 합병증에 관련된 이야기를 환자가 이해할 수 있게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면..
어땠을까요??
"관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어떤 일이든 바라보고 싶은 대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안될 이유를 찾다 보면 모든 것이 안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반대로 할 수 있는 이유, 해볼 수 있다는 이유를 찾다 보면 방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의사입니다.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블로그를 보시고 제가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는지를 광고하지 않았는데도 블로그와 유튜브를 확인하시면서 진료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아주 멀리서 진료 보고 싶다고 오신 환자, 보호자가 있었습니다. 전화로 외래 예약을 하셨다고 해서 거리가 먼 데, 진짜로 오실까 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환자와 보호자가 같이 오셨고 여러 가지 환자 상태에 대해서 제 블로그에 이미 글을 많이 남겨주셔서 병변이 어떠할지 미리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걱정되었던 것은.
멀리서 오셨는데, 다른 병원에서 얘기 들었던 것처럼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이었습니다.
실제, 진료를 보면서 예전에 검사했던 CT도 확인하고 실제 환자의 병변도 확인했습니다. 나이는 70세를 넘으셨었지만, 체격도 좋으시고, 건강한 모습이 느껴졌었습니다.
예전에 다른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것들을 확인해보니.
역시.
병변은 아주 컸고, 심했고, 어려운 위치가 맞았습니다.
이 환자의 예전 검사를 유심히 확인해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치료를 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1차적으로 이런 치료를 해야 하고.
만약에 안된다면.
2차 치료는??
3차 치료는??
물론..
일반적으로 흔히 하는 수술이나 병변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치료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1차 치료, 2차, 3차 치료를 고민해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무조건 수술 안 된다.
해줄 것이 없다.라고 얘기 들었던 환자분들은 마음의 상처가 아주 큽니다.
진료를 볼 때 환자들은
의사의 말투, 얼굴 표정을 보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됩니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진짜 암이 맞는지??
수술할 수 있는 것인지??
현재 치료는 잘 되고 있는지??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담당 주치의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긴장감과 걱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환한 표정과 웃음, 자세한 설명이 중요합니다.
어떤 병이든, 어떤 치료를 받든 마음이 편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간에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라포(Rapport)"라고 합니다.
환자가 많아서, 수술이 많아서, 밀려있는 일들이 많아서 의사들이 잘하지 못하는 것들이 바로 "설명"입니다.
외래에서 환자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은 제 얼굴만 빤히 쳐다봅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마스크로 가려 있지만, 환자들은 다 느끼고 압니다.
최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가 나와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여기서 보면 천교수와 안정원(유연석)이 나오는데, 진료 보는 스타일을 보면 정말 차이가 많이 납니다.
안정원(유연석)
정말 따뜻하죠.
얼굴만 쳐다봐도 치료가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드라마지만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소아외과 선생님입니다.
저도 가급적 웃으려고 합니다. 짧은 진료 시간이지만 환자들은 그 검사 결과, 치료 결과를 듣기 위해서 멀리서 옵니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기다립니다. 어떤 환자들은 수술 후 퇴원하고 다음 외래 날짜까지 자신의 몸에 큰 변화가 있어도 그냥 참고, 걱정만 하다가 외래 때 오셔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십니다.
담당 의사와 몇 마디 대화만 하면 해결될 수 있지만 그냥 견디셨던 것입니다.
충분한 설명과 친절함, 웃는 표정이란??
어쩌면 의사들이 해야 하는 당연한 "의무"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신장암으로 3년 전에 신장절제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 항문주위농양과 치루가 생겨서 수술받고 퇴원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외래에서 수술했던 부위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퇴원 후 주의 사항에 대해서 설명드렸는데, 진료 끝나고 나가면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선생님, 웃는 것이 참 선해 보이세요."
감사합니다.
퇴원 잘하시고 다음 주 외래에서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