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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y 10. 2024

내가 아침형 인간 습관에 실패하는 이유

사진의 나의 기분 같다....

지난해 2023년 12월 2일에 쓴 글입니다. 다음에 쓸 글과 연관이 되어 이제사 발행합니다.




나의 사랑해마지 않는 큰 딸이다. 지난주에 시작한 이유로 80퍼센트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고 비교적 알차게 아침시간을 보냈다. 글을 다듬거나 새로 쓰기도 하고, 영어 공부도 하고 아니면 운동을 했다. 아침에 가볍게 발레를 하고 나서 씻고 학교를 가면 하루가 훨씬 개운했다. 밤에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걸러도 아침에 했으니 책임감에서 조금 가벼웠다. 그런데 이번 주에 두 번 실패를 했으니 바로 사랑스러운 큰 딸아이 덕이다. 첫 번은 큰 딸아이 면접을 도와주다가 늦게 잤고 두 번째는 어제 일어난 일 덕분이다.


몸이 참 안 좋았다.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왔다. 항생제가 들어가지 않은 약이라 필요할 때만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 월경도 시작했다. 보통 첫날 몹시 아프다. 저녁 무렵 안 되겠다 싶어 생리통 약을 한 알 먹고 자기 전엔 비염 약을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시험감독을 가야 하기 때문에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거기서 콧물이라도 훌쩍거리고 재채기라도 한다면 이건 민원감 아닌가.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일찍부터 자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모든 아이들이 11시 반 전에는 잠을 자러 들어갔고 큰 아이만 12시 전에 자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나는 운동도 하지 않고 샤워도 안 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가볍게 운동을 한 후 씻고 나갈 요량이었다. 

=> 알람을 6시로 맞추었다. 


그렇게 누워서 잠이 들락 말락 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말소리가 들린다. 12시 18분. 안방이 환하다. 신랑이 야간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안방이 비어 있는데 큰 아이가 거기서 행복한 온라인 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자라는 말에 알겠다고 했는데 12시 45분 웃음소리가 들린다. 당장 가서 자라고 했더니 화들짝 불을 끄고 나온다. 

=> 이젠 알람을 6시 반으로 맞춘다.


1시 11분. 딸아이 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동생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데 친구와 통화를 하며 까르르 웃고 있다. 나는 정말 화가 났다. 잠이 들려고 할 때마다 아니면 한참 자고 있는데 벌써 세 번째 깬 것이다. 엄마 몸도 안 좋고 내일 일찍 일어나 시험 감독하러 가야 하니 제발 자자라고 말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원래 큰 아이는 밤 12시 이후로는 핸드폰을 안 쓰게 되어 있었다. 이제 드디어 잠에 빠질 수 있나. 1시가 넘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운동도 하고 샤워도 할 것을. 약간은 후회스러운 마음으로 눈을 감고 드디어 잠에 들었다!!!

=> 알람을 6시 45분으로 맞추었다.


그런데 또 웃음소리가 들린다. 정말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방문을 열고 보니 아이는 친구랑 소곤소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엄마 정말 자야 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아프고 일찍 가야 한다고 설명했지! 내가 다른 날 같으면 조금은 이해를 하겠는데 오늘은 안 되겠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깨서 나오는 거고 벌써 2시가 넘었다!!"  2시 21분이었다. 나는 울고 싶었다. 정말 쉴 새 없이 바쁜 금요일을 보내고 한 번을 쉬지 못하고 8시 넘어서 퇴근했는데. 아침 일찍 일어나기는 이미 글렀고 이래서 잠이나 잘 수 있을까? 이미 화가 나를 잠식해 버렸는데. 흥분지수가 높아져 버려 잠의 질도 안 높을뿐더러 쉽게 잠도 안 오게 생겼다. 이대로 자도 4시간 자면 많이 자는 것이다. 


딸아이의 핸드폰을 압수했다. 한 달간 잘하는지 지켜보고 생활이나 폰 사용에 대한 약속을 한 번이라도 어기면 1월 1일부로 해지하겠노라고 했다. 이번엔 진심이었다. 벌써 몇 번째 약속을 어기는 일이 있으니 나도 약속대로 가야지. 핸드폰이 십 대 여자아이들에겐 생명보다 중한 것임을 나도 안다. 그래서 정말로 그래야겠다. 핸드폰을 숨겨 놓고 샤워하고 머리를 감았다. 조금 마음이 가라앉았다. 3시가 넘어서 좀 잠이 들 것 같은 순간, 신랑이 야간근무를 마치고 들어왔다. 흑흑..... 다시 잠들려고 하니까 셋째가 아주 또렷하게 잠꼬대를 한다. 시계를 보니 4시가 넘었다. 이젠 웃음만 나온다. 그냥 자지 말까?

=> 알람을 다 꺼버리고 싶지만 7시 50분엔 나갈 준비를 끝내야 하니 7시 반으로 맞추었다. 


토요일 아침 출근을 한다.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가 있던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을 그대로 가고 있으니 기분이 좀 묘하다. 20대, 이렇게 아침 일찍 다다다 달려가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내려서 학교로 달려갔지. 도착해서 보니 9시 10분까지 오라는 것을 9시 10분 '전'까지 오라는 것으로 잘못 보고 아주 일찍 도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연 많은 시험감독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와서 초과근무를 한다. 커피를 진하게 한 잔 마시고 밀린 일을 한다. 이렇게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오늘부터 다시 아침형 도전이다.


십 대의 뇌를 읽어 보니 십 대 아이들은 최소 8시간 이상의 잠을 자야 안정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보통 이 뇌가 밤 8시부터 활동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밤에는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려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 사회는 아침 일찍 활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잠이 늘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말도 맞긴 하지만 늦게 자기 시작하니까 나도 물론이거니와 큰 딸의 생활 흐름이 깨져서 안 되겠다. 너와 나와 모두의 평화를 위해 12시에는 자야 한다. 결국 큰 딸이 일찍 자지 않으면 나의 아침형 생활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잘 풀어가야 할까 고민으로 머리가 꽉 차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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