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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May 12. 2024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

지난 두 달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새 학년 개학의 압박은 힘든 것이니까. 정말로. 지난번 글을 미리 써 놓고 나서 나는 역시 안 되나 보다 싶었다. 늦게 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나도 반 체념 상태로 있었다. 문제는 운동할 시간이 정말로 없다는 것이다. 피아노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아무리 연습을 안 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아이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밤 9시 혹은 10시 이후 나와서 피아노를 연습하고 집에 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잠에 드는 시각도 1시, 2시, ... 잠 때를 놓치면 잠이 안 오니 당연히 3시가 넘은 적도 있었다. 운동을 하고 자도 안 하고 자도 피곤해서 이리저리 불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3kg이 늘어나고 허리 라인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피곤하니 단 것도 자꾸 당겼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늘 하던 짧지만 하던 운동의 기본 루틴도 건너뛸 때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일단 하루 20분 만이라도 눈 뜨자마자 운동을 시작했다. 일어나는 시간은 조금 당겼고 다만 샤워를 해야 하니 그만큼 촉박했다. 그렇잖아도 바쁜 아칭에 운동까지 더하니 정신이 없었지만 이것이 살길이다 싶었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주 강정미 코치님의 시간경영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그러나 시간은 없는 내 삶.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잘 정리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강의를 들은 후에 일단 내가 해야 할 일들, 그중에서 꼭 해야 하는 것들을 먼저 생각했다. 운동. 재작년에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시작했지만 막상 운동의 결과는 너무 좋았다. 활력 있고 날씬하지만 건강해 보이는 몸매가 내가 얻은 최고의 결과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좋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비염과 편두통, 불면증과 생리통까지 나를 괴롭히던 사소한 건강상의 문제들이 어느 순간 서서히 사라진 것이다. 환절기에 하루 이틀이면 되었고 생리통 약도 거의 먹지 않아도 되는 건강한 몸은 이십 대에도 없던 것이었다. 


정말 너무 좋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본 것 같으니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 것이다. 서서히 운동을 게을리하고 식단도 덜 조절하면서 그동안 참았던 단 과자류와 좋아하던 케이크에 대한 절제를 풀었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조급한 마음에 운동을 해도 잠시 뿐. 매일 같이 하던 운동을 시간과 횟수를 반으로 줄였는데 먹는 양은 두 배 이상으로 늘었으니 당연히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시간경영 강의를 알게 되었고 듣기로 했다. 강의를 들은 후, 어찌 되었든지 일단 12시 전에는 자리에 눕기로 했다. 사실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 집은 아이가 넷. 고등학생 중학생 딸은 기본적으로 할 일들이 많아서 집에 오면 10시가 넘고 가끔 그때 밥도 먹고 씻고 못한 숙제와 과제 등등을 하고 나면 1시가 기본으로 넘는다. 그 아이들이 거실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같이 이것저것 하다 보면 나도 2시에 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엄마 정말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12시 전에는 자야 하니까 같이 노력해 보자."


물론 첫날부터 바로 되지는 않았다. 기다리다가는 도루묵이 되겠다 싶어 둘째 날부터는 아이들이 뭘 하든 일단 거실 불을 끄고 누웠다. 눕는 시간을 조금씩 당겼고 어제는 드디어 12시 전에 누울 수 있었다.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았다. 메시지도 확인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11시 반 이후 오는 모든 메시지는 확인하지도 않고 답도 하지 않기로 했다. 눕는 시간만큼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씩 당겼다. 


지난 강의에서 들은 부분 중 한 가지를 적어본다. 김승호 회장의 조카딸이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하루에 6시를 두 번 만나지 않는 사람은 만나지 말라고. 해가 오를 때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가 해 아래 지배에 들어갈 때의 장엄한 기운을 결코 배울 수 없다고. 그 말은 바로 내가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려고 기다리기보다는 말이다. 일단 6시 대에 눈을 뜨는 데에는 성공했다. 6시 55분이지만 일단은 일어나는 시간대를 바꾸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이렇게 하루에 5분씩 아니 1분이라도 알람을 조정해서 조금씩 바꿔가야지.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났기 때문에 조금 더 길게 운동을 할 수 있었고 조금 더 여유로웠다. 이번 달과 다음 달 목표는 가능하면 '걸어서 출근하기'이다. 걸어서 출근하려면 20분 먼저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 시간의 2배만큼은 일찍 일어나야 가능하다. 


쪽잠이라도 잘 수 있을 때는 15분에서 20분 눈을 감아서 피로도를 완화시키고 남은 시간에는 일과 책에 집중한다. 그리고 내 공간을 정리하는 것. 조금 더 삶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기분이 참 좋다. 새벽 5시 4시 기상은 아직 바라지 않는다. 6시에만 일어날 수 있는 요건만 되어도 감사하겠다. 100일 뒤에는 6시 기상이 다시 루틴으로 꽉 잡혀 있을 수 있어서 '이러니 참 좋았어요!'라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물론 주말에는 조금 풀어준다. 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조금 더 있기 때문에 할 일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절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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