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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Jul 09. 2024

굳은 의지,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인물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보는 국어시간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나이다."로 유명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읽었다. 앞부분에서는 원균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순신이 물러난 뒤 원균이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었습니다. 원균은 삼도 수군통제사가 되자마자 부산을 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원균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명령이 떨어지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뻔했습니다. 조선 수군은 무참하게 져서 원균은 죽고, 배는 부서졌으며, 싸움에 나갔던 병사들도 대부분 죽거나 포로가 되었습니다.


현대에서는 원균을 무능한 졸장으로 알고 있고 사실 대체로 맞는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전사했다고 알려진 이 패배는 정말로 상부에서의 명령으로 인한 부분이 있기에 아이들과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위에서 현실과 어긋나는 명령이 내려올 경우, 우리는 정말 이순신처럼 소신 있게 반대의 의견을 필하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 고델은 엄마 말 잘 듣자는 노래를 한다. Mother knows best라는 제목의 이 가사에서 바깥세상에 호기심을 보이는 라푼젤에게 바깥은 위험하다면서 엄마 곁이 제일 안전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고 사랑해 준 엄마의 기대와 부응을 저버리고 내 뜻대로 가는 것은 정말 나쁜 것 같다.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이미 어른이 한참 된 나에게도 가장 큰 가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부모님 개개인의 가치를 넘어서 어느 공동체의 가치까지 내게 같이 엮어져 있다면 그것은 이미 개인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너무나 사랑했던 내 동기 둘은 결국 종교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고, 사실 가족의 바람이라는 큰 요소를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비슷한 선택을 하는 것을 계속해서 보게 된다.


그래도 어느 정도 타협하거나 접을 수 있는 개인 생활의 영역과 다르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의 존망이, 내가 속한 공동체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라고 할 때 내가 지니고 향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순신 장군이 가졌을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듣고도 전장에 나서야 했던 그의 절망을 딛고 일어선 극복, 용기, 열정, 신뢰... 이런 것들이 아이들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에 ㅈㅇ이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의지'입니다."


나는 여기서 멈추었다. '굳은 의지' 앞에 붙은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이라는 수식어 때문이었다. 여기서 멈추고 아이들과 이야기했다. '감정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우리 모두 감정에 따라서 조금 더 행복하기도 하고 많이 슬프기도 하고 보다 더 너그럽기도 하고 유난히 깐깐해지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 감정이 나를 좌우하는 태도가 되어 내가 지내는 하루하루가 이에 달리도록 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을 한 번 더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이런 부분을 늘 강조하기 때문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몇몇 아이들의 얼굴에 '선생님의 연설이 또 시작되겠구나'하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사실 이것은 나에게 한 번 더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나는 T지만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T이다. 눈물도 많고 웃음도 많다. 다만 그 순간이 지나면 냉정하게 생각할 뿐이다. 지금 현재 내가 해야 할 우선순위가 무엇이고 무슨 선택을 해야 합리적 일지. 행복한 기분일 때 조금 더 능률이 오르기 때문에 무엇을 하던 그 일에서 긍정적이고 즐거운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가끔은 기분에 반하는 순간이라도 할 수 있도록 나를 움직이는 것은 역시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래서 이런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굳은 의지로 또 오늘의 이 순간을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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