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영시독을 떠올리며
금요일 저녁이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밀린 일을 다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토요일에 되면 계획했던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역시 계획이 무산되었다.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서 2차 접종을 하러 갔더니 사람이 많아서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접종을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학원 갔다 와서 저녁에는 친구와 함께 떡볶이 먹으러 가면 안 되냐고 물어본다. 평소 바빠서 같이 보낸 시간이 적다 보니, 나는 아이의 바램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그래, 같이 가자.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갈게."
이렇게 저녁을 같이 먹고 산책하고 집에 오니 벌써 7시가 되었다. 오늘 좀 많이 걸었다. 15,000보를 넘어섰다. 건강을 생각하면 잘 된 일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
그때부터 내 시간이다.
영어책 펼쳐보고, 필사하고 싶은 시를 고르고, 독서를 시작했다.
오늘 만난 영단어 중에서 손에 꼽고 싶은 것은 아래 두 단어이다.
* associate:
[동] 연합시키다, 관련시키다, 참가시키다, 결합하다, 어울리다(associate with~: ~와 어울리다)
[형] 연합된, 제휴한
* assent:
[동] 동의하다, 찬성하다.
[명] 찬성, 승인
무언가를 연결하고, 무언가와 관련시켜 생각하는 아주 중요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물도 연결 지어 보면, 그럴듯하다는 생각을 하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찬성하게 된다.
오늘 필사하고 싶은 시 구절은 심재휘 시인의 <안목을 사랑한다면>이다. 이 안목(眼目)이라는 단어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 강릉으로 가요>>(창비, 2022)에 수록된 시이다. 강릉에서 태어난 심재휘 시인은 1997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해변을 겉옷처럼 두르고
냄새나는 부두는 품에 안고
남대천 물을 다독여 바다로 들여보내는
안목은 한 몸 다정했다.
- <안목을 사랑한다면>(심재휘>
'안목'이 사람처럼, 다정한, 누군가에게 다독이며 포용하는 모습이 따뜻한다. 시인의 남다른 안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늦은 밤 부두를 찾아온 사람은 뱃일을 마친 사람에게 여기가 물이 끝나는 곳인지를 물어본다.
뱃일을 마친 사람은 불을 밝혀 밤바다로 떠나가는 배를 보여준다.
삶을 사랑한다면, 불 켜진 안목을 보며, 헤매지 말고 돌아가는 것을 잊지 말라고 시인은 조언한다.
다독여 집으로 가는 길을 되찾아 가게 하는 '안목'은 참 다정하다.
오늘은 스스로 매일 독서 챌린지 5차, 첫날, 책 선정이 우선이다.
아이가 학원 간 사이 도서관에 가려고 가방을 들고 나섰다. 도서관 가는 길에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산책을 했다. 동네 축제로 시끌벅적하는 공원을 지나, 청소년들이 주최하는 나눔 장터가 한창이던 공원을 돌아서 도서관에 도착했다. 신간 코너에 먼저 가서 둘러보고, 그동안 눈여겨봤든 책들을 펼쳐보다가 몇 권을 골라 집으로 왔다. 나만의 매일 독서 챌린지 5차는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박세연 옮김, 2023)을 정했다. 매일 독서를 실천한 지 400일이 넘은 지금 과연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만 하는 것이 아닌가 점검해보고 싶었다. 물론 성적의 판도를 가르는 뇌 최적화의 기술이라는 말에 혹해서 책을 펼쳤다.
첫 장은 '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까?'이다. 교사는 체계적인 내용을 전달하였다고 생각했으나, 학생들은 스스로 연결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교사가 할 일은 내용 사이의 연결을 놓치지 않도록 강의 개요를 반복하여 강조하고, 적절한 질문으로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끔 분명히 몇 번이고 말한 내용인데, 학생들은 답을 쓰지 못하는 경우기 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방법을 알려줘야 했다.
내일 수업에서는 이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쓸 것 같다.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다면, 배운 지식을 연결시키도록 했는지부터 점검해 보자.
***
누군가와 어울리고, 누군가를 토닥토닥 다독이며 지는 휴일이면 좋겠다.
학생들이 왜 노력하지 않았느냐, 복습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내가 지식과 지식을 잘 연결시키게끔 했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이 대목에서 갑자기 착각으로 인한 억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덧붙여본다.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하려 승차했다.
기사 아저씨가 갑자기 뒤에 타신 분 카드 찍으세요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반응이 없자, 일어서서 운전석 문을 열고 뒤쪽을 향해 다시 한번 물어본다.
"손님, 왜 안 카드 안 찍어요?"
화나거나 짜증스러움이 묻혀있었다.
"환승이에요. 찍었어요."
"왜, 뒤로 타세요?"
교통카드 찍는 것을 보지 못해서 무안하니 또 다른 잘못 '앞문으로 타지 않는 것'으로 말을 돌린 것이다.
착각!
생각해 보면, 공부뿐 만아니라, 일상에서 크고 작은 착각으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