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독' - 착각
'세상에~어쩜 좋아...'
웬만해서는 놀랄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편인데, 오늘 저절로 '세상에'라는 말이 튕겨 나왔다.
원래는 9시쯤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집을 나선 시각은 10시쯤.
사연이라기보다는 작은 놀람이었다.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약 두 시간 동안 글을 쓰거나 수업 준비를 하거나 한다. 오늘 역시 느긋하게 '아직 시간이 있네'하며 노트북 앞에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카톡' 휴대폰 알림이 울려 잠깐 휴대폰 화면을 보게 되었다.
응? 9시? 아닌데?
다시 노트북 오른쪽 아래에 있는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엥? 8시?
도대체 어떤 것이 맞는 거야?
순간 당황했다. 얼른 거실로 가서 벽시계를 보니,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언제부터 시간이 이렇게 된 거지? 또 착각하고 잘 못 처리된 건 없는지......
복잡한 머리를 진정시키고 서둘려 나섰다. 칼출근, 칼퇴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지각이다. 다행히 대학은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수업 스케줄 외에는 시간이 자유로운 편이다.
......
퇴근해서 집에 오자마자 시간부터 맞춰놓았다.
오늘은 '최소로 하다'와 '극대화하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 minimize: 최소로 하다
* maximize: 강화하다, 극대로 중대시하다,
이 두 단어를 보면서,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것은 제한되으므로 무엇을 최소로 하고,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지 선택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획대로 사는 것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진다면, 가끔은 느슨하게 최소로 하면서 지내도 된다. 당장 코앞에 닫친 일이 급하다면, 극대화하여 몰입하여 해결하자.
오늘은 왠지 가을에 어울리는 시를 필사하고 싶었다. 한참 시를 찾다가 시 제목에 끌어 읽어본 시이다. 최창균 시인의 <햇볕 환한 집>이다. 최창균 시인은 1960년생으로 일산에서 태어났고 , 1988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보며, 기분 좋은 햇볕을 마음껏 누리는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럴 때면 내 마음의 화수분같은 열대들
잘 받아먹은 햇볕으로 울긋불긋해지지요
그러니 온 들판이 붉거나 누렇거나 제 보란 듯 하지요
- <햇볕 환한 집>(최창균)중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박세연 옮김, 2023)의 3장 주제는 '체험 활동, 실습의 핵심을 잡아내라?'이다.
왜 이 활동을 해야 하는지? 학생은 활동을 참여할 때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식의 저주 curse of knowledge'라는 단어에 시선이 잠시 멈췄다.
우리가 무언가를 알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이 문제는 흔히 '지식의 저주'라는 말로 불린다. 85쪽
학생들이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거나, 방금 설명해 줬으니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한 번에 한 가지 측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목표를 제시하고 지침을 세분화하자.
마침 화요일은 '말하기 수업' 설계에 대한 강의가 있어서, 지도안 설계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 오늘 읽은 내용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배움:
- 주의를 기울여야 할 방향을 제시하자.
- 선택하고, 피드백받고, 스스로 숙고하자.
***
감사하는 마음으로 '영시독'의 기록을 남긴다.
비록 시간을 착각하였지만, 이로 피해 본 사람이 없고, 지인과의 점심 약속도 지켰고, 학교 수업도 마쳤으니 감사한 하루이다.
출근할 때 전철을 한 정거장 더 가서 완전 멘붕이 올 뻔했는데, 다행히 맞은편에 지하철이 도착해서 바로 바꿔 탈 수 있었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