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웠던 마을이 회색빛이 되는 것, '인구감소'

Chapter.4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라도

by 장병조

정읍 시내는 상권이 활성화되어 있고 사람이 꽤 많았다. 그러나 읍내로 빠져나오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먼저, 배달앱(App)을 켰을 때, 배달 주문이 가능한 가게 목록에 ‘텅’이라는 단어가 노출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앱을 통해 배달시킬 수 있는 가게가 없었다는 뜻이다. 또, 바깥을 돌아다닐 때, 기차역은 물론 학교 주변에서도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베이비붐 세대와 그다음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가득했던 거리였지만, 지금은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거리에 돌아다니는 행인 자체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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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인구도 줄고, 도시의 아이들도 사라지는 판국에 시골의 인구감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의 학령기 인구는 베이비붐 세대의 탄생 이후로 줄곧 감소해왔고, 국민 수도 2020년도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또, 국가 산업 구조가 1차 산업에서 2~3차 산업으로 돌아서는 시기에 농업 인구가 상당수 상경했으므로 지방 인구가 먼저 줄어드는 것은 뻔한 이야기였다. 이 사실을 머리로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는 와닿지 않았다. 방꾸쟁이들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두 곳의 학교에 다녀온 뒤로 ‘인구감소’, ‘지역소멸’이라는 두 단어가 방꾸쟁이들의 마음속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았다.


첫 번째 학교는 읍내에 위치한 신태인초등학교다. 신태인초등학교가 특이한 점은 4개 초등학교가 통폐합된 곳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도시 학교들도 합쳐지는 마당에 시골 학교가 합쳐지는 게 뭐 그리 특이한가? 그래, 뭐, 4개 학교가 합쳐진 건 좀 특이하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특이점은 ‘합쳐졌다’라는 게 아니다. 그 시기가 무려 2000년도라는 것이다.


서울 경기 등 도시 지역의 폐교가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에 비해 약 10년이 빠르다. 서울의 초등학교가 2018년 첫 폐교를 시작했고, 202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문을 닫게 된 것과 비교했을 때는 약 20년 가까이 이른 시점에 통폐합된 것이다. 이렇게 계산해보니 ‘뭐가 그리 급했는지 학교가 참 빨리도 작아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마음이 약간 아려왔다.


나중에 철물점 삼촌의 아들인 방꾸남의 친척 형에게 들었는데, 신태인초등학교 옆에 있는 신태인중학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신태인중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48명이고, 그중 상당수가 축구부라고 한다. 축구부가 훈련에 나가거나 대회에 참가하면 교실에 남는 학생이 몇 없다고. 그러나 초등학교와 달리 사립 학교인 탓에 주변 중학교와 통합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Ch4_전라도_사진10_4개학교통폐합기념비.jpg 말로만 듣던 지방 인구감소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날

방꾸쟁이들은 신태인읍에 있는 왕신여자중·고등학교에도 다녀왔다. 학교에 도착하니 입구에서부터 방꾸남이 학교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알고 보니 왕신여자중·고등학교는 방꾸남의 엄마가 졸업한 학교였다. 학교 운동장에 깔린 잔디가 참 예뻤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사진을 보여주면서 알게 된 것인데, 그 잔디는 엄마가 학교에 다닐 당시 직접 가져다 심었다고 한다. 넘어져도 안전한 운동장을 가지고 싶었던 학생들이, 더 예쁘고 푹신한 운동장을 만들고 싶었던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심은 잔디였다. 덕분에 왕신여자중·고등학교의 운동장은 그들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고,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선배들이 남겨준 예쁜 선물이 됐다. 그 귀한 운동장 위에서 방꾸남의 엄마와 친구들은 도시락을 먹으며 꿈을 나눴고, 지금도 그곳에서 어여쁜 여학생 45명이 자기들만의 푸르른 꿈을 꾸고 있다.

Ch4_전라도_사진11_아마잔디를나중에새로했겠지.jpg 마음을 토닥이는 초록빛 잔디, 학생들의 끝없는 열정을 보여주는 새빨간 트랙

맑고 깨끗한 피를 가진 아이들. 청소년. 그들이 모이는 학교는 꿈과 희망으로 가득한 곳이다. 또, 그런 학교는 마을의 심장이자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된다. 아이들의 순수한 꿈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에게도 삶을 살아갈 동력이 되고, 그것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끌어간다. 아이들이 꾸는 꿈이 다채롭게 빛남으로써 마을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그들이 만들어낸 빛인 ‘꿈’은 언젠가 마을의 미래가 된다.


그러나 이제는 지방이나 서울 할 것 없이 아이들의 발소리가 잦아드는 중이다. 아이들의 발소리가 사라지면서 마을은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다채롭게 빛나던 마을은 서서히 어두워져 회색빛의 마을로 변해가고 있다. 그것이 아마도 ‘인구감소’, ‘지역소멸’이라는 현상의 실체인 듯하다.


정읍의 신태인을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누군가의 꿈과 추억이 가득한 곳의 불빛이 꺼져간다는 게 방꾸쟁이들의 마음 한편을 시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방꾸쟁이들은 알고 있었다. 불이 꺼진다는 것은 새로운 어딘가에 불이 켜지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을. 그리고 새로이 켜지는 불빛이 더 밝게 빛나도록, 더 아름다운 자기만의 색을 낼 수 있도록 지키는 게 방꾸쟁이들이 사회의 주축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태인은 읍내의 학교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밝게 빛날 것이다. 학교가 모두 없어진다고 해도 한동안은 빛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빛은 차츰 흐려질 것이다. 신태인의 어른들도 이 사실을 안다. 그래서 마음 아파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신태인의 어른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학교가 아이들에게 배움의 터전이자 추억의 공간임을 잊지 않고, 아이들이 꿈의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자 힘쓰는 중이다. 부디 신태인의 빛과 색깔을 물려받은 아이들이 더 큰 세상에 나올 때, 자기만의 빛을 강렬히 보여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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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을 서성이고 철물점으로 돌아가 빙수를 먹었다. 철물점 옆 팥죽 가게에서 팥빙수라고 주셨는데, 처음 경험하는 ‘비주얼 쇼크’였다. 빙산처럼 생긴 ‘갈지 않은 통얼음’ 하나에 팥과 우유를 두르고, 아이스크림과 시리얼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녹인 아이스크림에 팥과 시리얼을 섞어 먹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맛있었다.>


■ 다음 이야기(2025.08.10.일 업로드 예정)

□ Chapter4.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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