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라도
방꾸남의 이모부와 이모는 정읍시 산내면에서 양봉장을 운영한다. 양봉장을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방꾸쟁이들은 인터뷰도 하고 벌 구경도 할 겸 이모네 양봉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양봉장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제법 큰 규모의 돌배 농장과 자급자족이 가능할 정도의 식자재 채취용 밭, 이모네 집도 있었다. 어쨌거나, 벌을 보러 갔으니, 벌통이 있는 곳으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의 안내를 받아 벌이 있는 곳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이모부는 벌에 둘러싸여 한참 벌통을 정비하고 있었다. 이모는 방꾸쟁이들에게 “더 가까이 가려면 전용 옷도 입고 모자도 써야 돼. 그래야 덜 쏘여.”라고 이야기했다. 방꾸쟁이들이 집중한 이 문장의 포인트는 ‘덜’ 쏘여에 있었다. 장비를 착용하면 ‘안’ 쏘이는 것이 아니라 ‘덜’ 쏘인다고. 2주 전에 인터뷰를 하다가 말벌에 쏘여 병원에 다녀온 방꾸남은 바짝 긴장했고, 벌통 주위로 더 이상 다가가지 않기로 했다.
이모와 이모부를 충분히 인터뷰하고, 집 주위를 둘러봤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졸졸 쫓아왔다. 진돗개처럼 생긴 게 반려견보다는 사냥개에 가까워 보였다. 험상궂은 외모의 까만 강아지였지만, 조용하고 차분했다. 그리고 사람의 손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았다. 그런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던 방꾸쟁이들은 까만 강아지 흑구를 신나게 놀아주었다.
생각해보니, 들어올 때는 큰 강아지가 마구 짖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 녀석은 너무 얌전했다. 의아했던 방꾸쟁이들은 “혹시 강아지가 한 마리 더 있었나?”라고 이야기하며 차를 타고 들어왔던 농장 입구 쪽으로 다시 돌아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냥개 한 마리가 더 있었다. ‘블랙탄’이라 불리는 털 색깔을 가진 진돗개였다. 블랙탄은 우리를 보니 처음 들어올 때처럼 마구 짖어댔다. 근데 자세히 보니 블랙탄은 목줄에 묶여 있었다. 이모한테 블랙탄만 묶여 있는 이유를 물으니, 사람을 보면 너무 짖고, 집을 열심히 지켜서라고 한다.
방꾸쟁이들이 봤을 때, 두 강아지는 분명히 같은 꿈을 꾸고 있을 것 같았다. 무리의 우두머리인 주인에게 인정받는 것이다. 그런데 흑구와 블랙탄은 같은 꿈에 대해서 노력하는 방식이 달랐다. 흑구는 사람을 맞이하는 데 특화된 강아지였다. 무서운 외모를 가졌음에도 애교를 많이 부렸고, 농장에 사람이 오더라도 수상하거나 위협이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짖지 않았다. 복슬복슬한 털로 농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줌으로써 반려인에게 인정받았다.
반면, 블랙탄은 집을 지키는 것에 특화된 강아지였다. 자신의 역할이 농장을 지키는 것임에 충실했다. 더운 날이든 추운 날이든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집에 사람이 오면 일단 짖으면서 경계했다. 입구 안쪽으로 한 걸음이라도 들어온다면 누구든지 물어버릴 기세로 집을 지켰다. 그리고 강건하게 집을 지키는 것으로 반려인에게 인정받았다. 이모와 이모부는 이러한 두 강아지가 각기 다른 역할에 충실함을 알기에 둘을 함께 키웠다.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흑구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성격 덕분에 자유로운 몸을 얻었다. 블랙탄과 달리 목줄에 묶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랙탄은 굳건하고 드센 성격으로 인해 신체적인 자유로움을 잃었다. 하지만 사냥개로서의 체통과 주인에게서부터 오는 신임을 얻었다.
두 강아지 중 누가 더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두 강아지는 모두 후회하지 않는 것 같았다. 현재에 충실했으므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노력하며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중이었고, 노력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사람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 다음 이야기(2025.08.17.일 업로드 예정)
□ Chapter4.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라도
"철물점 지붕 위, 명소(名所)가 아닌 명소(明所)로구나!"
→ 유명한 곳이 아닌 눈이 밝아지는 곳! 그게 진짜 명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