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마치며 드는 생각들

Chapter7. 우리의 꿈(방꾸쟁이 장병조)

by 장병조

□ “몰라요.”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르신들께 꿈이나 버킷리스트를 물으면 열에 일곱은 “몰라요.”, “없어요.”라는 대답을 내놓으셨던 것 같다. 그러나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해보고 싶었던 것 등이 자연스레 대답에 섞여 나왔다. 내가 만난 사람 중 꿈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꿈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꿈과 버킷리스트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그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이었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크고 작은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자 우리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써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단지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혹은 물어봐주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었기에 잠시 잊어버린 것뿐이었다.


□ 우리 세상은 불신의 사회이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불신의 사회에 들어섰음을 새삼 느꼈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피해야 하고, 더워 죽을 것 같을 때 마실 것을 얻어먹었다가는 다른 사유로 죽을지도 모르는 시대가 왔다. 사람들은 내가 말을 걸면 일단 ‘이상한 사람’이라고 간주하는 듯했다. 그러고서는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를 탐색했고,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사람을 다짜고짜 믿을 수는 없으니 인터뷰를 거절한 게 아니었을까?


인터뷰 요청은 7~8번 중 1번 정도 성공했던 것 같다. 8번이라고 가정했을 때, 12.5%의 성공률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 12.5%는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신뢰의 지표가 아닐까 싶다. 나라는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이 대한민국에는 12.5% 정도 남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분명히 낮은 수치임에도 왠지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아직 우리나라에 처음 보는 사람을 도와줄 정도의 온기가 남아 있어서, 더 따뜻한 곳이 될 수 있는 희망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낀 것 같다.


□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


10세부터 94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인터뷰이를 만나 본 결과, 사람들의 고민이나 걱정은 모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알았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안 먹을 것인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안 할 것인가?’라는 질문처럼 미래의 내가 겪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거나 그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사람들은 고민하는 듯해 보였다.


때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거꾸로 뒤집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죽는 날의 자기의 모습을 상상해보거나, 버킷리스트를 써보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운이 좋다면,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에서 걱정과 고민으로 채워져 있던 삶의 일부가 희망과 기대로 채워질지도 모른다.



□ 언젠가는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아 지루한 때가 온다.


젊은이들은 모를 것이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때인지를. 어른들이 공통으로 말씀하신 게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는 때가 와요.”라는 말이다. 특히 치아가 상해서 밥을 못 먹거나, 어딘가 다치거나, 소화기관이 노화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신체 에너지가 없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아픈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을 가득 채우면서 정신 에너지도 고갈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없어지고, 삶이 너무나 잠잠해지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무료함을 느낀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은 미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는 게 좋을 것 같다.


□ 젊은 시절 아름답게 빛났던 나의 이야기


아이들을 인터뷰할 때는 뭘 물어볼 때보다 먹을 것을 사줄 때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어르신들은 무언가를 드렸을 때보다 ‘젊은 시절 아름답게 빛났던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드릴 때 반짝반짝 그들의 눈이 빛났다. 생기 없던 표정으로 인터뷰를 거절했던 어르신도 자신의 젊었을 때의 꿈이나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 얼굴이 활짝 밝아졌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었을 때 밝게 살고 싶다면, 젊었을 때 나의 빛나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만 해도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날 수 있을 만 한 그런 이야기들을.



□ “A로 가려고 하면 C가 나와요.”


회사에 다니면서 늘 느꼈지만, ‘집에서 자기 전에 양치하기’처럼 혼자서 하는 작은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계획한 대로 결과가 나오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하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회사 밖에서 개인적으로 진행했던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그랬다. 프로젝트를 지원해주는 경기청년 갭이어로부터의 예산 삭감, 여행 출발 전 고장나버린 자동차 그리고 폐차, 일정상의 문제 등 여러 변수가 터져 나왔다. 마치 내가 프로젝트를 시작하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서 나는 포기할 뻔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운명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과 함께 일찍이 포기하려는 마음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예닮 팀장(방꾸녀)도 변수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냥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방꾸쟁이 프로젝트의 촉진자(FT: facilitator)로서 도움을 주고 계신 교수님께서 “어차피 뭘 하든 A로 가려고 하면 C가 나와요. 그런데 끝까지 가보는 게 중요한 거죠.”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게 떠올랐던 덕이다. ‘교수님처럼 역량이 큰 사람도 A로 가면 C가 나온다는데, 내가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대단한 걸 바랐던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우리 방꾸쟁이들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A를 보고 출발했지만, F쯤에 도착한 것 같다. 그러나 F에 도착한 것도 나쁘진 않다. F는 그것대로 나름의 가치가 있으며, 그걸로도 충분히 좋다고 느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어디로 나아가는가?’에 대한 답변은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냥 나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보다 내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길 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주는 선물들을 만끽하는 게 중요한 듯하다. 어차피 내가 아는 한, 이 책을 보는 모두는 죽음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며, 어딜 향하든 그 발걸음은 결국 죽음으로 가는 과정 위에 있을 것이다. A로 가든 B로 가든 C로 가든 어차피 D에 도달한다. 죽음에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걷기로 했다. 내 발걸음이 가는 그 길 위를. 모든 경험이 주는 희로애락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사진_Chapter7_우리의꿈_병조_1_일단걷자.jpg 일단 걷는 방꾸녀 예닮과 언제나 그 뒤를 따르는 방꾸남 병조

■ 다음 이야기(2026.1.18.일 업로드 예정)

□ Chapter7. 우리의 꿈(방꾸쟁이 장병조 편)


"꿈이란 무엇일까?"

→ 꿈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자 우리의 일상이다.

이전 28화방황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