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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크 할아버지 Dec 09. 2023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무엇이더냐

내 이야기를 좀 들어보시겠어요?

*출처: 본디

이번주에는 공룡이 생명체로서 부활했다.


그것을 보고 스물여섯 먹은 내 손주 놈이 이런 말을 하더군.

"할아버지! 저런 일들은 모두 중단해야 해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버렸네요."


그래서 내가 물었어.

"왜지?"


그랬더니 이렇게 답하더군.

"그야 생명을 마음대로 죽이고 살리는 일은 생명 윤리에 어긋날뿐더러 저걸 가지고 동물원처럼 운영하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돼요. 그리고 저렇게 인위적으로 자연을 조작한다면 앞으로 어떤 재앙이 일어날지 모른다고요! 생태계 사슬도 전부 깨져버릴 거예요 ㅠ_ㅠ"


물론 인간 사회에서 정의한 윤리와 도덕, 생태계의 가치에 있어서는 그럴 수 있겠지.

나도 백번 천번 동의하는 바야.


그런데도 나는 녀석이 사고를 조금 더 확장해보길 바랐어.

인간 사회 바깥을 보길 바랐지.


그래서 이런 질문들을 퍼부었어.


"윤리에 어긋난다는 게 대체 무엇이냐?"

"인위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의 기준이 대체 무엇이더냐?"

"인간 또한 결국 자연 속 생명체인데, 인간이 무엇을 하든 세상만사는 이미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게 아닌가?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생태계가 그 자체로 질서 정연하고 완벽한 것이 아닌가?"

"네가 생각하는 생태계 사슬이 깨지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더냐? 지구가 아파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아파하기 때문에? 그게 아니라면 인간이 피해를 보기 때문 혹은 네놈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그런데 말이다. 인간이 피해를 보고 손해를 보고 죽는다는 것 따위가 왜 안 된다는 거지?"


손주놈: (하...참자..)...


맞아. 세상에 일어나선 안 될 일은 없다. 모든 일은 일어났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거야. 그게 바로 자연스러운 거란다. 자연스러움 그 자체는 누구도 막을 수가 없어. 막는 그 행위 자체도 자연스러움의 일종일 뿐이고. 막거나 막히는 것, 그 반대의 것들도 모두 자연스러움의 연장선상에 존재하기 때문이지.


인간들이 말하는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은 결국 자기 혹은 우리 인류에게 아픔이나 손해가 되는 일을 말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내 마음이 아프거나, 불편하거나 나의 사회학적/생물학적 이득을 취하는 게 방해될 것으로 예상할 경우 우리는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돼요!'라고 말하지.


그렇지만 막상 그 일이 일어나면 모두가 잘 적응해서 살아남곤 해. 물론 떠난 자와 죽은 자는 말이 없겠지만 말이야. 때로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인류의 발걸음을 새로운 곳으로 안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보내주기도 한단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되는지 혹은 일어나선 안 되는지를 우리는 알 수 없어.


모든 일의 평가는 그 일이 종결된 후에 할 수 있듯, 인간과 현인류의 행동은 후대에서만 평가할 수 있고, 후대의 평가는 후대의 후대에서만 평가할 수 있지. 결국에는 마지막에 다다르기까지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야.


이런 게 바로 자연이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세상이란다.


세상은 참 복잡하고 거대한 존재지?

네 머릿속도 한없이 넓고 복잡한데 이 세상은 어떻겠니.


말이 길었지?

뜬금없지만 잠시 창가에 가서 하늘을 보렴. 정말 넓고 아름답지?


세상을 평가하고, 사람들의 행동에 나의 잣대를 들이대고,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비판하는 것도 좋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아.


그러나 때로는 있는 그대로를 '완벽한 자연스러움'으로 생각한 채 받아들여보는 게 어때?

그건 너의 삶에 존재하는 하늘의 아름다움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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