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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음 Dec 14. 2021

잠자리 독서에 대해

자기 전 책 읽어주는 습관


엄마 오늘 책 몇 권 읽어줄 거야? 잠들기 전 아이들이 항상 하는 말이다. 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읽는다는 건 아이들에게 아주 익숙한 일이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하고부터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낮 시간 회사에 있으니 책 육아의 공백이 발생하였다. 퇴근 후에 마음만은 책을 마음껏 읽어주고 싶었지만 집안일과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그런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고, 일에 시달리고 집에 오면 많이 지쳤다. 피곤한 상황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잠들기 전에는 그래도 1권 이상 읽어주자는 것이 나와의 약속이었다. 책 읽는 시간은 부족했지만 잠자리 독서는 꼭 해주자. 그러면 하루에 1권이라도 책을 읽는 것이니까...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잠들기 전에 그림책을 읽는 건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잠자기 전에 누워서 책을 읽어주는 것은 내가 졸린 상황에서는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책을 읽다가 스르륵 눈이 감겨서 정적이 흐르면 아이가 내 허리를 쿡 찌른다. 그럴 때는 어찌나 졸린지 몇 번의 찔림을 당하며 읽어주기를 완성한다. 가끔은 책을 읽다가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갑자기 회사 일을 말하고, 꿈 이야기를 하고... 졸면서 방언하듯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 뭐라는 거야 정신 차려보다가 흔들어 깨운다. 그러면 정신 차리고 읽기를 계속한다. 책을 얼굴 위로 떨어뜨려 놀란 일도 가끔 있는 일이다. 졸면서 떨어뜨리면 얼마나 아픈지... 잠자리에서 졸리면 책 읽어주는 일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눈꺼풀이 감겨서 주체를 못 해 그만 읽고 자자고 해보는데 아이들은 그럴 때면 왜 이리 또랑또랑한지... 귀찮기도 하고, 그냥 자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나와의 약속이기에 이미 아이들에게 습관처럼 자리 잡은 일이이게 지금까지 쭉 해왔다.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아주 작은 노력이라고 생각했고, 아이가 잠들기 직전 책을 읽고 좋은 꿈을 꾸기를 바라 왔다.



잠자리 독서란 잠들기 전 아이에게 1권 이상의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여러 권 읽어주면 좋겠지만 잠들기 전이기 때문에 5권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읽어 주다 보면 아이가 자려고 하지 않고 계속 책을 들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권수를 정하는 것이 좋다. 첫째 딸아이는 잠들기 전 3권의 책을 항상 가지고 왔었다. 매번 그렇게 읽어주다 보니 3권으로 정해졌다. 둘째 딸아이는 갓난쟁이일 때 언니가 가져오는 책을 뭣도 모르고 그냥 읽었다. 그러다 조금 크니 자기도 책을 가져왔다. 맨날 자기 책 먼저 더 많이 읽어달라고 싸워서 규칙을 정했다. 각자 2권씩, 오늘 언니 꺼 먼저 읽었으면, 내일은 동생 꺼 먼저 번갈아가며 읽는 것으로... 아이들은 참 별거 아닐 일로도 다툰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 그 시간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면 아이와 상호 유대감이 생겨 애착형성에 도움이 된다. 엄마와 아주 가까이 붙어 있기 때문에 그 품에서 이야기를 들을 때 심장박동 소리가 전해져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책 읽고 이야기 나누고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아주 고요하면서도 정적인 시간이라 더욱 집중한다. 잠자리 독서는 아이의 수면 습관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된다. 아이가 어리면 아이를 재우는 일은 여간 부모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재우기 위해서 갖가지 노력을 다한다. 그때 마치 자장가를 들려주듯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수면 패턴을 장착시킬 수 있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잠자리 습관을 형성된다. 그리고 잠자리 독서의 가장 좋은 점은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다. 잠들기 전 책을 읽는 안정적인 느낌 때문에 책을 읽는 것 자체를 좋은 일로 뇌가 인식한다. 하루 종일 책을 읽지 않았어도 잠자기 전에 읽는 책 1권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꾸준히 책을 읽어주고 읽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다면 잠들기 전 책 1권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잠자리 독서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책을 읽고 아이가 스르르 잠들 수 있게 조명을 낮추는 것이 좋다. 조도 조절이 가능한 스탠드를 사용하거나 따뜻한 전구색의 수면 등을 활용하면 좋다. 사실 나는 그냥 핸드폰 손전등을 켜고 읽어준다. 대신 방의 불은 꺼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상태에서 책을 읽어준다. 두 번째는 새로운 책보다는 익숙하고 친근한 책이 좋다. 잠자리에서는 힘을 빼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제 읽은 책을 또 들고 온다면 기꺼이 읽어주면 된다. 세 번째는 잠자리 독서에서의 시간이다. 시간은 2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서 책을 오래 읽으면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도록 15분~20분 정도의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만큼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으며 정서적 안정감을 갖는다. 잠자리 독서는 모두 충족된 독서습관이다. 잠자리에서 읽는 책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편안한 상태에서 듣는 이야기가 아이의 하루 스트레스도 완화시켜준다. 바쁘고 지친 일상이지만 하루의 마무리는 아이와 잠자리 독서를 해보면 어떨까? 아이가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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