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음 Dec 15. 2021

옛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전래동화 읽어주기


경쟁이 치열한 사회, 잔인하게 말해 남을 짓 밝고 올라서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회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은 정서가 메마르고 점점 공감 능력도 떨어진다. 그림책을 보면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림책 전집에서는 전래동화가 이에 해당한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이기심을 강요받는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는 들려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옛이야기에는 세상에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상처 받은 이 시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이 옛이야기이다. 과연 옛이야기는 어떤 가치가 있을까?



옛이야기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고 성공이 중요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살면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예의, 선함, 느림, 자연 등등... 이런 가치들이 옛이야기에 담겨 있다. 이런 가치들이 책을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안도감을 준다. 옛이야기는 위로와 치유의 힘도 가지고 있다. 옛이야기 속 주인공은 대부분 약자이다. 어려운 상황을 마침내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복을 받게 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동일시한다. 아플 때 안타까워하고 성공에는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통해 아이의 마음이 성장하게 된다. 옛이야기를 읽을 때 아이들을 보면 정말 화가 나 있는 것을 본다. 해님 달님의 호랑이에게 화가 나고, 흥부 놀부의 놀부에게 화를 낸다. 그리고 동아줄이 내려와 아이들이 호랑이로부터 자유로워졌을 때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것들이 자신과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동일시하는 것이며 거기서 느끼는 바를 그대로 흡수하여 성장한다.



옛이야기는 굉장히 불친절한 것이 특징이다. 사건, 서사 중심으로 진행되고, 인물의 심리묘사나 구체적인 설명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예를 들면 옛날 옛날에 착한 나무꾼이 살았는데...라고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해보자. 이 문장에서는 그가 몇 살인지 왜 착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구체적인 묘사나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옛이야기들의 특징이다. 아주 불친절하고 무책임하다. 하지만 이런 불친절함이라는 특유의 구성이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을 훨씬 더 자극시킨다. 영상은 상상하지 않아도 이미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고 책은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옛이야기는 그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요구한다. 불친절하기 때문에 상상을 더 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상상력 거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이야기로 서구권의 옛이야기들이 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이야기들에는 주로 왕자님, 공주님, 으리으리한 궁전이 등장한다. 대개 아름다운 외모의 주인공들은 착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반면에 거무튀튀하고 못생긴 사람들은 영락없이 나쁜 사람이다. 평범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우리 옛이야기와는 많이 대조된다. 공주나, 왕자가 나오는 이야기에 익숙해지면 알게 모르게 외모나 계급에 대한 열등감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보면 착한 사람이 무조건 예쁘지 않다. ‘반쪽이’와 같은 이야기를 보면 얼굴이 반쪽밖에 없어 흉측하지만 너그러운 심성을 가진 주인공이다. 사실은 서양의 옛이야기들도 보통의 사람이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도 꽤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너무나 미화되어 왕자, 공주로 바뀌어버렸다고 했다. 너무나 미화되어 버린 이야기들이 조금은 아쉽다.


재주많은 일곱 쌍둥이 (보림)


옛이야기 안에는 우리 문화의 결이 담겨 있다. 정겹고 구수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서가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옛이야기가 소박하면서도 서민적이어서 서구의 이야기들과 다른 결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도깨비만 보더라도 아이들에게 무서운 괴물 같은 존재이지만 옛이야기 속 도깨비는 건망증이 심하고 어수룩해 괜한 정감이 간다. 게다가 우리 고유의 토박이말들도 이야기 자체를 더욱 구성지고 감칠맛 나게 만든다. 말이 짧은 편인데 꾸밈말이 적고, 이음말을 쉽게 쓴다는 특징을 가졌다. 우리말 특유의 운율과 리듬감 있는 책들도 많아서 고유의 예쁜 입말도 아이들에게 접하게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미래 이 땅의 주인이다. 정서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살아온 시대적 흐름과 모습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옛이야기이며 전래동화이다. 아이들은 전래동화를 좋아한다. 우리도 어렸을 때 옛날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흥미진진했는지를 생각하면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이해가 간다. 국시꼬랭이는 우리나라 옛이야기들이 듬뿍 담긴 책들이다. 그런 책들을 같이 찾아보고 읽어보면 아이들도 어른도 가치 있는 우리 옛이야기의 매력 속으로 빠져 들 것이다. 옛날 옛날에 어느 마을에는 말이야...

작가의 이전글 잠자리 독서에 대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