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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음 Dec 16. 2021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것?

무조건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책 도령은 왜 지옥에 갔을까 라는 동화책이 있다. 중학교 교과서에 일부 실린 책으로 어린이문화진흥회,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선정한 우수 도서 중 하나이다. 주인공 책 도령은 책만 읽고 아무것도 안 하는 아이였다. 심지어 밥도 어머니가 떠먹여 줄 정도로 책만 읽었다. 책만 보느라 다른 것들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옷도 잘 갈아입지 않았고, 혼인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책 도령을 걱정하다 어머니는 병이 나 쇠약해졌다. 책 도령은 책을 읽느라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슬퍼하지만 이내 책 도령은 다시 책만 읽었다. 어머니까지 안 계시니 책 도령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책 읽느라 자신을 돌보지 않았고 결국은 병이 나고 죽음에 이르러 염라대왕 앞으로 가게 되었다. 책 도령은 책만 읽었을 뿐인데 지옥에 온 사실이 의아했다. 하지만 책 도령의 죄는 수없이 많았다. 책을 읽느라 부모님을 공양하지 않고,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도 듣지 않았으며, 게으른 데다 혼인까지 하지 않고,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은 것 등 죄 항목이 끝없었다. 결국 책 도령은 지옥에 갇히게 되었고, 가장 무시무시한 책이 없는 곳 지옥이 있게 되었다. 책 도령은 무엇보다도 읽을 책이 없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었다. 지독하게 매일 같이 책을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염라대왕과 저승사자가 소리 지르는 책 도령이 너무 피곤한 존재였다. 보다 못해 염라대왕은 책 도령에게 과제를 준다. 과제를 모두 성공하면 책이 많은 천당에 가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과제는 이승에서 책 하나 읽지 않은 사람 3명을 책을 읽고 좋아하도록 만들라는 것이었다.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책 도령은 거울만 보는 거울공주, 돈돈돈만 생각하는 부자 영감, 아이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개똥이를 차례로 만나고 결국은 그들 모두를 책을 읽게 만든다.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친 책 도령은 어머님이 계신 천당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이 되었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책 도령은 지옥에 남는다. 지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책을 알게 해 주기 위해서 읽어주기 위해서... 책 도령은 지옥에서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책 도령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다독 가이다. 우리는 책 많이 읽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유치원,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가 책을 많이 읽으면 무조건 칭찬을 한다. 책 도령은 어쩌면 칭찬받아야 마땅한 아이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되는 지혜와 가치를 알지 못하고 책을 읽기만 하는 아이였기에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아이에게 그런 책 읽기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에게 책을 읽는 것만 강요하고, 책 읽는 모습 자체만 좋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책은 00이다.라고 하고 00을 채워보도록 하였다. 한 아이가 ‘책은 수갑이다’라고 썼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수갑이라는 표현을 했다는 것에 말문이 막혔다. 그 아이에게 책은 어떤 의미였을까? 수갑은 행동이 자유롭지 못하도록 채우는 도구이다. 아이가 수갑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에게는 책이 항상 자기 곁에 있지만 수갑처럼 자신을 자유롭지 못하도록 만드는 도구였던 것이다. 실제로 아이는 엄마가 하도 책 읽으라고 말해서 수갑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 아이에게 책 읽기는 즐거운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어쩔 수 없이 하는 일 중 하나였고 강요받아서 하는 일이었다. 슬픈 일이다. 책을 수갑이라고 표현하다니... 책은 다른 세상 이야기와 새로운 지식을 알게 해 주고, 읽음으로써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가치를 아이들이 알아야 하는데... 책 읽기를 아이에게 강요하는 건 그저 읽는 행위만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읽으라니까 의미 없이 읽는 것이지 아무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책 도령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염라대왕이  도령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정말 한심한 인간이로다. 책을 많이 읽어 이해가 빠른  알았더니  그렇지만도 않는구나.’ 이게 현실일  있다. 책만 많이 읽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제대로 즐겁게 읽어야 한다. 읽고 알아가는 기쁨을 알아야 한다. 하루에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기보다 아이들이 보고 싶은 만큼   있는 집중시간만큼 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어줄 때도 마찬가지이다. 집중력이 흐려지는 모습을 보이면 멈춰야 한다. 멈추지 않고 계속 읽어주려고 한다면 아이는  읽기는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라고 인식하게 되고 힘들다고 느끼게 된다.  도령은 책을 너무 좋아했던 아이였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는데 한편으로  도령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아이에게 책은 즐거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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