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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음 Dec 17. 2021

그림책을 제대로 알려면?

그림책 모임을 찾아보자


직장 일에 매달려 쉼 없이 달리다 첫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기를 보냈다. 아이의 패턴에 모든 생활에 맞춰진 그 시기에는 퇴근 없는 일상을 보냈다. 아이가 배고프면 수유를 하고, 쌌으면 기저귀를 갈아 주고, 졸려서 칭얼대면 안겨 재우고 사실 엄마의 시간보다는 아이를 위하여 모든 스케줄이 돌아갔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나는 휴식기를 갖는 느낌이었다. 일에 치여서 평일 주말 없이 보냈던 직장인이라 오히려 집에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휴식처럼 느껴졌다. 직장에서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뭔가 쫓기는 거 같고, 무슨 일이 터질까 불안하고, 끝날 것 같았는데 새로운 일은 어김없이 툭 튀어나온다. 정신적으로 치열한 삶의 현장 같은 곳이다. 거기서 잠시 멀어져 있어서 그런지 육아 휴직기간 동안 오히려 마음이 평안했다. 특히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또랑또랑한 눈으로 책을 보고 있는 것을 보면 그저 이렇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하는 엄마라면 대부분 알겠지만 동네 소식과 육아 동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 친숙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몰랐던 새로운 일이라 검색하여 찾을 일이 많아진다. 나 역시도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무조건 검색을 하고 댓글들을 살펴보았던 것 같다. 아이가 6개월이 지나고 점점 외출이 가능할 때쯤 우연히 동네 작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걸어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데다 어린이 도서관이라고 하니 마른하늘에 단비라도 만난 듯 반가웠다. 그림책 읽는 모임까지 있는 걸 보니 그림책이 많을 것 같은 기대도 있었다. 마치 아이를 데리고 문화센터를 다니는 것 같이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림책 읽는 모임은 아무도 초대를 하거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무슨 용기가 났는지 불쑥 찾아갔다. 아이에게 읽혀주는 그림책에 대해 알고 싶었고, 동네의 소모임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에게 읽히는 그림책은 전집 밖에는 없었다. 그림책에 대한 이해가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물론 전집들도 내용면에서 충실한 경우가 많고, 전집으로서 읽혀야 할 영역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책에 대한 이해와 진정한 재미와 의미를 알고 난 후 선별된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은 천지차이가 있음을 모임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림책 모임은 육아휴직기간 동안 가장 열심히  활동이었다. 매주 엄마들과 모여 그림책을 읽었고, 공부를 했다.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을 골라주고 싶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 모인 엄마들과 생각을 교류하면서  육아뿐 아니라 자녀 양육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신기한 그림책 세계로 빠져들었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그림책 공부인데 오히려 내가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고, 내면의 어떤 것들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동네 작은 마을 도서관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공공도서관  작은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마을 도서관은 6700 (2020 12 기준) 운영되고 있다.  안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고, 아이와 함께할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  있다. 그림책 모임을 나가면서 항상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동네 엄마들과의 모임이다 보니 대부분 또래 아이들을 같이 키우고 있었고,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만약 회사에 복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도서관 모임도 지속적으로 나갔을 것이고 사서 활동이나 도서관  봉사하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  그렇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같이 든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아쉬웠던   하나가 도서관에 가지 못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이해하고, 자기 마음을 들여다본다. 어른들은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들의 욕망을 헤아리고 소통하는 방법을 이해하게 된다. 그림책에는 무수히 많은 것이 담겨 있다.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하고, 아이들이 바라보는 어른의 세계, 어른들이 보는 아이들의 생각, 넓디넓은 세계와 자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아우르고 있다. 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 담겨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고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것들이 많다. 아주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거나 쉬운 주제를 고차원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책은 혼자 읽을 때보다 같이 읽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림책 모임을 참여하면서 아이보다 내가 더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재미있어하니 자연스레 아이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그림책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교감하는 모임도 많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고 집단이 모여 있는 카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그림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 그림책이 아직도 아이들만 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그림책 모임을 찾아보라. 그림책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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