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22. 제주 여행기(3)
오늘은 아침부터 바람이 솔솔 불어 세탁기를 열심히 돌리고, 숙소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 빨래를 널었다. 평소 거실 창가 빨래 건조대에서 빨래가 마르거나, '윙' 소리가 나는 건조기에서 바싹 마른빨래가 우수수 쏟아지는 모습만 봐온 딸아이에게 불어오는 바람에 빨래가 이리저리 휘날리는 모습이 신기한 광경이었는지 해솔이는 하늘하늘 춤추는 빨래들 사이에서 한참을 탄성을 내뱉으며 즐거워했다.
빨래를 널고 난 후, 동네에 있는 한 카페를 찾아 커피를 테이크 아웃했다. 시원한 커피를 컵홀더에 꽂고 제주스러운 돌담과 푸른 나무가 우거진 곳을 잠시 달려 김녕 미로공원에 도착했다. 여행 첫째 날부터 꼭 한번 찾아야지 했던 곳인데 오늘에서야 찾았던 그곳, 입구에서부터 고양이 여러 마리가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다. 평소 미로공원 같은 곳에 오면 경쟁심이 발동하여 누가 먼저 미로 탈출에 성공하나 내기를 할 구실만 찾는 우리 부부지만, 오늘은 아이와 함께 온 터라 경쟁심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의 취향에 맞춰 열심히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아이는 미로 찾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입구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 감귤 착즙 주스를 맛나게 먹은 후, 길가에 있는 고양이들을 마음껏 예뻐해 주고 공원 한편에 마련된 목마 타기에 열중했다. 결국, 미로 찾기 미션은 다음으로 미루고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점심으로 월정리에서 수제버거를 포장하여 숙소에서 근사한 식사를 즐겼다. 해솔이는 엄마가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아빠와 함께 드라이브를 하다 꿈나라 여행을 떠났고, 아이가 자는 사이 아빠는 오랜만에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드라이브도 즐기고 뜻밖의 예쁜 풍경과 새 사진을 얻었다. 미로공원에서의 즐거웠던 시간, 열과 성을 많이 쏟아 피곤했는지 아이는 두 시간 넘게 깊은 잠을 잤다.
아이가 깨고 난 후, 오후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기 아쉬웠던 우리는 다시 김녕 바닷가를 찾았다. 이제는 능숙하게 자리를 잡고 그늘막 텐트를 설치한 후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처음에는 물이 무서운 듯 잔뜩 울상이었던 아이는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물놀이가 즐거워지는지 얼굴이 새카맣게 타는 줄도 모르고 깔깔깔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에 도착하기 무섭게 씻고 아이 저녁을 먹인 후 제주에 도착한 후부터 계속 내가 노래를 부르던 일몰 사진을 찍기 위해 월정리 인근으로 향했다. 마침 해가 떨어지는 시간을 잘 맞춘 것도 좋았고, 오늘 날씨도 정말 좋았기에 예쁜 일몰 풍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오늘 일정도 빡빡했고, 저녁 먹고 씻은 터라 피곤했겠지만,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아이도 많이 신기해했다. 어두컴컴해진 제주의 해안 도로를 달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어느새 꿈나라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잠든 후 아내와 소주 한 잔 곁들여 먹는 늦은 저녁, 오늘의 메뉴는 한치 물회와 전복 해물 뚝배기였다. 포장된 음식의 양이 적어 많이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바다향 가득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한 잔 술을 나누고 있노라니 행복이란 것이 정말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 실감 났다. 오늘 물놀이를 하며 보았던 아이의 장난스러운 웃음, 붉은 노을을 배경 삼은 아내와 해솔이의 다정한 모습은 이번 여행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나를 행복하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