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던 거실에 초인종이 울린다. 거실 땅콩 책상에 앉아 그림책을 보던 해솔이가 ‘맘마’라고 하며 현관문 쪽을 바라본다. 언제부터인가 초인종 울리는 소리는 아이에게 ‘맘마’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되었다. 월패드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든 자연스레 아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맘마’ 소리에 서로를 바라보는 나와 아내의 눈길 사이를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에 대한 사랑의 감정과 민망함의 감정이 복잡하게 오간다.
우리 가족에게 올 2021년은 ‘배달의 해’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처음에는 함께 육아 전선에 뛰어든 우리 부부의 전우애를 돈독하게 할 목적으로 아이가 잠든 후 맥주 한 잔과 곁들일 안주를 구하기 위해 배달 앱을 뒤적거리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일상이 되어 우리 부부의 밥상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해솔이가 처음으로 자장면 맛을 보고 난 이후 배달 음식은 우리 가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배달 음식을 자주 시켜 먹다 보니 편리한 점도 있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큰 것은 습관적인 배달로 음식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줄어들고, 안 그래도 부족한 우리 부부의 요리 실력이 날로 퇴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솔이의 생후 150일부터 나와 아내가 직접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날마다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것에 소소한 재미를 붙였던 적이, 그 즐거움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블로그에 깨알같이 기록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록은 고사하고 냉장고에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재료들이 한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애써 외면하며 배달 앱을 뒤적거리며 죄책감은 죄책감대로 느끼고, 요리에 대한 자신감은 자신감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
다음은 우리 세 식구가 현실 곰 세 마리가 되었다는 점이다. 해솔이가 처음 세상에 나오던 날, 마취에서 깨어난 아내가 처음으로 아이를 마주하던 순간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달래기 위해 우리가 불러준 노래가 동요 ‘곰 세 마리’였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즐겨 들었던 노래라 그런지, 요즘도 해솔이는 곰 세 마리 동요가 들리면 흥겨움을 감추지 못하고 들썩들썩 춤을 추기 시작한다. 그 ‘곰 세 마리’가 단지 가사가 아닌 현실이 되어 우리 식구 셋을 모두 곰 세 마리로 만들었다. 그냥 뚱뚱한 아빠 곰, 통통해진 예쁜 엄마 곰, 귀여운데 통통한 아기 곰, 우리 집에는 그렇게 곰 세 마리가 살고 있다. 모든 비난의 화살을 배달 음식으로 향하게 할 순 없지만 배달 음식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배달 음식을 시키면 시킬수록 쌓여만 가는 재활용 쓰레기로 안 그래도 나날이 안 좋아지는 환경에 더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느끼는 죄책감은 덤이다. 특히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먼 미래 아이가 살아갈 지구의 환경 문제로 고통받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늘 걱정을 달고 사는데, 정작 엄마 아빠는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플라스틱을 자꾸 수집하고 있으니…. 아빠 엄마 편하자고 미래의 해솔이에게, 그리고 해솔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큰 짐을 지워주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편리함에 자꾸만 의존하게 되는 배달 음식. 우리 가족의 건강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어른이 될 해솔이의 쾌적한 생활을 위해 조금은 줄여야 하는 것을 머리로는 잘 알지만, 실천하기가 참 쉽지 않다. 배달애(愛) 가족의 배달 사랑 이야기…. 러브 스토리가 비극으로 끝나길 고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부디 비극으로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