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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Feb 26. 2024

떠난 이를 위한 교실은 없다

  일주일만에 학교를 찾았다. 지난주 송별회까지 마친 마당에 무슨 스스로도 무슨 출근인가 싶었지만, 3년동안 근무해온 학교에 대한 일종의 관성에 이끌렸다. 업무 인수인계와 교실에 두고온 청소기는 작은 핑계였다.


  교실 문을 열었는데 흠칫 놀라 교실 팻말을 다시 확인했다. 새로 교실의 주인이 된 선생님의, 아직 정리가 덜 끝난 물건들이 들어선 교실의 풍경은 낯설었다. 교실 한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나의 청소기를 보니 교실의 주인이 바뀌었음이 실감났다.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들이 대부분 학교를 옮기신 탓에 낯선 구성원들, 깨끗하게 도색된 복도, 그리고 주인이 바뀐 교실들. 출근하면 오래 머물러 있고 싶었던 학교, 그리고 교실이 며칠 사이에 낯설어졌다. 자꾸 출입문 밖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학교는 신경쓰지 말고 올해 맡은 학습 연구년 과제와 육아에 힘쓰라는 무언의 압박이 분명하다. 떠난 이를 위한 교실은 없었다.


  잠시가 될지, 아니면 영원히 떠나게 될지 모르는 근무지에 대한 추억 또는 미련을 내려두고 두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 그리고 나를 위한 공부에 집중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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