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적응의 진짜 핵심
네이티브 선생님에게 1:1 과외를 받는 것과 오후 내내 친구와 플레이데이트를 하는 것, 국제학교 적응 초기에 뭐가 더 효과적일까요?
이 질문, 국제학교에 막 입학한 아이를 둔 엄마들께 정말 자주 들어요.
가격이 시간당 12만 원이라고 해도, 도움만 된다면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죠.
한국학부모님 뿐 아니라 전학 온 전 세계 부모님들이 다 같은 마음으로 담임인 저에게 호소하시는 부분이에요.
하지만 국제학교에 갓 들어간 시기라면, 그 어떤 수업보다 먼저 필요한 건 따로 있어요.
바로, 학교가 "편한 공간"이 되는 것.
많은 부모님이 걱정하세요.
"영어 못한다고 친구들이 무시하지 않을까요?" "말 안 통하면 아이가 소외되진 않을까요?"
하지만 제가 매일 마주하는 두바이 국제학교의 교실은 그런 걱정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저학년일수록 더 그렇죠.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심지어 영어가 전혀 안 되는 아이도요.
포켓몬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친해지고, 공주 옷을 자랑하다가 웃음이 터지기도 해요. 같이 공을 차고, 머리를 맞대고 유니콘을 그리며 우정을 쌓죠.
틀린 문장, 어눌한 표현, 단어 하나에도 서로 통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은 그렇게 말보다 "행동"으로 마음을 주고받거든요.
교사인 제가 매일 눈으로 확인해요.
그런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플레이데이트"예요.
새 학기, 혹은 학기 중간.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가 전학을 오면 가끔은 아예 입을 열지 않기도 해요.
자기 나라가 그리워 매일 울거나, 다른 친구들이 다가와도 굳이 혼자 점심을 먹는 아이도 있죠.
그럴 때 저는 엄마를 불러 얘기해요.
"같은 반 아이랑 플레이데이트 한번 해보시는 건 어때요?"
당황하시는 분도 있고, "제가 영어가 안 돼서요..." 하며 머뭇거리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말해요.
아이를 위해서, 엄마가 먼저 용기 내줘야 해요.
교실에서 혼자 앉아 허공만 바라보는 아이. 그 아이에게 친구 한 명만 생긴다면, 학교가 달라지고, 아이가 달라져요.
실제로, 플레이데이트 이후 교실에서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어요.
물론 하루아침에 영어가 술술 나오진 않죠. 하지만 분명한 건, 아이의 첫 '자신감'은 그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지금 하루 5시간 이상을 외국어 환경에서 버텨내고 있어요.
교실, 운동장, 급식실에서 매일 새로운 언어 속에서 헤엄치고 있죠.
그 전쟁터 같은 환경에 작은 쉼터 하나 만들어주세요.
기댈 친구 하나, 마음을 나눌 아이 하나.
그 시작은 엄마의 용기 있는 한 통의 연락일 수 있어요.
다음 글에서는, “그럼 플레이데이트,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누구에게 연락할까?
우리 집에 초대해도 될까?
언어가 안 통할 땐 어떻게 놀까?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팁을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