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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금발머리 네이티브랑 놀아

엄마들의 진짜 솔직한 마음

by 아미

이왕이면 금발머리 네이티브?


국제학교에 전학온 엄마의 마음은 조급합니다.

우리아이가 한마디도 지지않고 외국아이들과 영어로 토론하는 모습까지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친구를 잘 사귀어야해'

맞는 말입니다.


다소 속물 같지만 남몰래 내심 이왕이면 금발머리에 파란 눈을한 저 백인아이와

동등한 위치에서 당당한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듯 '국제학교' 는 '백인학교' 가 아닙니다.

그해, 그 나라의 사정이나 국제정세에 따라 특정 인종이나 국적이 많이 몰리는 해가 있기도 합니다.


(*최근 전쟁, 국가간 분쟁등의 이슈로 두바이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인 학생들이 폭발적으로 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플레이데이트는 영어 수업이 아닙니다.


부모님 입장에서 플레이데이트는 ‘언어노출’의 기회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로서 제가 경험한 바로는,
플레이데이트의 진짜 역할은 심리적 안정감과 소속감 형성에 있습니다.

학교생활에서 친구와의 긍정적인 관계가 생기기 시작하면,
아이는 급속도로 학교를 ‘내 편이 있는 곳’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 기반 위에서 영어든 수업이든, 모든 배움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시작하죠.


어떤 국적이든 상관없습니다.

국제학교 첫 적응에서 진짜 중요한 건, 언어보다 먼저 ‘관계’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요즘 학교에서 누구랑 많이 놀아?"

"혹시 같이 놀고 싶은 친구가 있어?"

이 질문이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첫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아이가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다면

담임선생님에게 여쭤보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시 제 아이와 잘 지내는 친구가 있을까요?"

"요즘 우리 아이가 쉬는 시간에 누구랑 어울리는지 아세요?"

교사는 교실과 놀이시간에서 관찰을 통해 아이들 간의 관계 맥락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성격, 말수, 자신감 수준, 현재 관계의 깊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조심스럽게 추천드릴 수 있죠.


외향적인 친구와 연결해주면 좋지 않을까?


간혹, 말도 잘하고 리더십 있는 아이와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아직 심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오히려 그 관계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플레이데이트는 언어 능력보다 정서적 궁합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와 비슷한 속도와 에너지를 가진 친구,
말이 많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편안한 친구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어요.


교실에서 본 진짜 변화


제가 가르쳤던 한 아이는 한 텀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간식이나 점심시간이면 허공을 바라보고 있고는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하지만 따뜻한 성격의 또래 친구와 짝이 된 뒤부터
쉬는 시간마다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는 언어보다 먼저 감정적으로 안전한 관계를 만들었고,
그 이후 영어 표현도 조금씩 자신 있게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반복적으로 교실에서 일어납니다.
관계가 먼저, 언어는 그다음입니다.


부모가 할 일은 관계의 기회를 '조용히' 열어주는 것


강요하지 않고, 재촉하지 말고, 조용히 문을 열어주세요.
플레이데이트는 교사처럼 아이의 ‘관계 수업’을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수업은, 편안한 친구 한 명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플레이데이트의 장소선택, 부모의 동행여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여는 팁까지 안내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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