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영어 못해서 아이도 왕따
국제학교 교사맘이 알려주는 플레이데이트 첫걸음
영어 걱정? 너무 많이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플레이데이트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모의 영어 실력입니다.
주재원을 나올 정도의 아빠는 그래도 나은데
한평생 영어가 필요없는 일을 해오다가, 남편과 아이때문에
그야말로 멱살잡혀 낯선곳으로 '끌려온' 엄마는 영어울렁증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는 영어를 못해서 엄마 역할도 못 하는 거 아닐까?" 걱정하시는 분들 정말 많으세요.
하지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는 매일 전쟁터 같은 학교로 나가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그 아이를 위해 하루 정도, 몇 마디의 영어 인사를 준비해보는 노력은
아이가 받는 부담에 비하면 결코 큰 게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대단한 영어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에요.
“Would you like some juice?”
“Let me know if you need anything.”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진심이 담긴 미소와 배려는 언어보다 더 강하게 전해지니까요.
플레이데이트,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을까?
처음 플레이데이트는 우리집이 좋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밖에서 만나면 더 자연스럽고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생각하세요.
하지만 저는 처음엔 집에서 시작하길 추천드립니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합니다.
✅ 우리 아이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은 ‘우리 집’입니다.
낯선 친구를 처음 초대하는 건 아이에게도 용기 있는 일이에요.
이때 아이의 익숙한 장난감, 우리엄마가 내 공간에 함께 있다는 건 심리적으로 큰 차이를 만들어줍니다.
✅ 밖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섞이기 쉽습니다.
키즈카페나 놀이터에 가면 자연스레 다른 친구들이 끼어들게 되고, 플레이데이트의 본질인 '이 둘만의 연결' 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물론 외부 장소도 충분히 장점이 있지만, 첫 만남만큼은 조용한 ‘우리 공간’에서 시작해보는 것,
그게 아이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은 꽤 큽니다.
부모의 동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플레이데이트에 부모가 꼭 같이 있어야 할까? 이 질문도 자주 듣습니다.
✅ 아직 어린 아이, 혹은 서로 처음 만나는 관계라면 부모의 가벼운 동행이 좋습니다.
단, ‘개입’이 아닌 ‘관찰자’의 자세로요.
아이들이 어색해할 때 가볍게 다리만 놔주고, 그 후엔 잠시 자리를 비켜주는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에요.
✅ 상대 아이가 독립적이고 편안해 보인다면, 아이만 초대해도 괜찮습니다. 꼭 모든 아이가 부모의 동행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아이들은 엄마 없이 또래만의 시간을 더 편하게 느끼기도 해요.
우리 집에서 플레이데이트를 할 때, 준비하면 좋은 것들
플레이데이트라고 해서 거창한 활동이 필요하진 않아요.
다만, 아이스브레이킹 역할을 할 만한 활동을 한두 가지 준비해두면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자유 놀이: 아이들은 결국 본능적으로 장난감을 꺼내고, 자기만의 세계로 놀기 시작합니다.
색칠공부: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무언가를 채워가는 경험은 관계를 만들어줍니다.
쿠키 혹은 미니 피자 만들기: 간단한 요리는 아이들이 함께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줍니다.
어른의 걱정만큼 아이들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조용한 분위기에서, 따뜻한 간식과 약간의 여유만 있다면,
첫 플레이데이트는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갈 거예요.
보너스 팁
첫 플레이데이트에서 간단한 간식이나 식사를 준비할 경우, 아이의 음식알러지나 식이제한에 대해
미리 확인하는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일민족인 우리나라와 다르게
국제학교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 종교, 생활배경을 가지고 있어요.
단순한 기호나 알러지이슈 이외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나 젤라틴을 피하는 가정,
채식주의자 - 가능한 음식과 가능하지 않은 음식이 생각보다 꽤 복잡한 경우도 있고
또는 설탕섭취를 철저히 제한하고 가공식품은 먹이지 않는 부모도 꽤 많기때문에
'모두를 위한 메뉴' 는 없다는 점을 기억하는것이 좋습니다.
플데 초대전 이 부분을 체크하는것은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나 불편을 예방해 줍니다.
교사이자 엄마로서 드리고 싶은 마지막 한마디
아이는 학교에서 하루 종일 ‘영어로, 혼자서, 낯선 환경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 가장 큰 위로는
편안한 공간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또래 친구와의 시간이에요.
플레이데이트는 언어 학습이 아니라 관계 형성의 시작입니다.
그 시작을 집에서, 부모의 작은 노력과 함께 열어주세요.
작지만 진심을 담은 만남이, 아이의 학교생활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다음글은 플데 이후,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팁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