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 없는 국제학교
저는 사립 초등학교 출신입니다.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반장·부반장에 음악회 사회까지 도맡았던
초등 시절이 저의 리즈 시절이었죠.
성인이 되고 나서야, 엄마가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기 펴고 다녔던 거, 다 엄마아빠 뒷바라지였어.
학기 초마다 봉투 챙기느라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니?”
그때는 당연했던, 그러나 지금은 사라진 문화.
요즘 한국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생님 선물’에 대해 아주 명확한 기준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해외 곳곳의 국제학교에는
안타깝게도 김영란법은 없고,
선물의 한도나 기준도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명품 가방이나 고가의 지갑이 선물로 오가는 장면을
교사로서 저는 여러 번 봤고,
직접 받은 적도 있습니다.
명품선물은 우리 아이의 원활한 학교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까요?
교사입장에서 보건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함께 일해온 영국식 커리큘럼의 국제학교 선생님들은
절대로 선물의 유무로 아이를 차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가 학부모로 지낸 경험에서도,
선물을 안 줬다고 해서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오히려 선물은,
아이를 더 잘 봐달라는 의미보다는
그동안의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두바이 학부모님들은
한 명이 모금을 주도하고,
모아진 금액으로 상품권이나 기프트 카드를 준비합니다.
보통 예산은 인당 15000원에서 3만 원 정도.
추천 선물 리스트
스타벅스/몰/세포라 기프트 카드 (가장 선호)
Bath & Body Works, The Body Shop 세트 (무난하지만 바우처를 더 좋아함)
손편지나 아이가 직접 쓴 카드 (감동 포인트✨)
많은 부모님들이 걱정하십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릴게요
“특별히 잘 봐준다”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성적이 부족한 아이를 수학 경시대회에 넣어줄 수도 없고,
운동이 약한 아이를 대표팀에 넣을 수도 없습니다.
선생님에겐 그런 재량이 없어요.
또 예의 없이 행동한 아이를
그냥 덮어주는 게 ‘특별 대우’라면,
그건 아이에게 더 해로운 교육 아닐까요?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들로부터
공평하고 따뜻한 관심을 충분히 받고 있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학기말이면 아이들에게 초콜릿이나 작은 선물을 준비해요.
물론 이건 학교 예산이 아닌 사비입니다.
그 마음을 안다면, 부모님도 큰 부담 없이
고마움을 표현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현직교사로 일하면서,
한 학부모님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힘든 가족사 속에서, 아이가 유난히 학교 적응을 힘들어했죠.
그 아이를 따뜻하게 돌봐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감사하게 받았지만,
결코 그 아이를 더 우대하거나 특별히 편애하진 않았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제겐 내 아이처럼 소중한 존재였으니까요.
누구 하나만 특별하게 대한다는 건, 제 교사 철학과 어긋나고
저는 그 아이를 더욱더 제대로 가르칠 의무가 있으니까요.
선물은 선택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안 줬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전해 보세요.
커피 한 잔, 아이가 쓴 손 편지 한 장도
그 마음이 느껴진다면 선생님은 충분히 감동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부모의 따뜻한 시선과 신뢰,
그리고 선생님을 향한 존중일지도 모릅니다.
다음 토요일엔
국제학교 선생님과 상담 시 유의해야 할 점과
꼭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도 공유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