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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 법안 해석 - 숨은 부채와 분배의 함정

by 원스

2025년 5월 22일, 미국 하원이 간발의 차이(215대 214)로 통과시킨 세제개편안, 일명 ‘One Big Beautiful Bill’은 그 이름만큼이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자, 2017년 TCJA의 핵심 감세 조항들을 연장·영구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감세 항목, 국방비와 이민 단속 예산 확대, 그리고 사회복지 지출 구조 개편까지 포함되어 있어 단순한 ‘감세법’ 이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외형상으로는 경기부양 목적의 조세정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 법안이 미국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분배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훨씬 복합적입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이자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었던 제이슨 퍼먼은 이 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현재 법 체계만으로도 부채는 GDP 대비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여기에 3조 달러의 적자를 추가하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정말 이 법안이 3조 달러 선에서 끝날 것인가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남습니다.


퍼먼의 우려는 단순한 수사적 비판이 아닙니다.


그가 공유한 아래 CRFB(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의 추정 그래프를 보면, 재정적자 증가의 구체적인 양상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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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에서 확인되듯, 2026년부터 2028년 사이에만 매년 5천억 달러 이상의 추가 적자가 발생하며, 이자비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한 세출 증가 때문이 아니라, 법안의 구조적 설계에서 기인한 현상입니다.


핵심은 ‘시점의 비대칭성’입니다.

감세와 지출 확대는 법안 시행 초기에 집중된 반면, 이를 상쇄할 지출 삭감과 세입 증대 조치는 대부분 2028년 이후로 유예되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은 조치는 먼저, 반발이 예상되는 항목은 나중에 실행되는 전형적인 정책 설계 구조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메디케이드 개편입니다.


CBO(의회예산처)는 해당 조항이 시행되면 약 860만 명의 저소득층이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근로 요건이 강화되고 자격 확인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실제 수혜 인원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조치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것은 SALT(State and Local Tax) 공제 한도를 1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높이는 조항입니다.
이 조치는 고세율 주에 거주하는 고소득층, 특히 전문직 종사자들의 실질 세부담을 상당 부분 줄여주는 효과를 갖습니다.


퍼먼이 강조한 “3조 달러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현실적인 우려에 가깝습니다.


이 법안의 다수 조항은 2028~2029년에 종료되도록 되어 있으나, 과거 사례를 보면 이처럼 한시적 조항은 대부분 연장되어 왔습니다.


2001년과 2003년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이 대표적입니다. 당시에도 일몰 규정이 있었지만, 정치적·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대부분 영구화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법안은 초기에 집중된 감세와 지출이 재정 부담을 키우고, 이후에야 시행되는 상쇄 조치들이 그 영향을 얼마나 완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사회안전망 개편과 세제 혜택 구조를 감안할 때, 계층별 수혜의 균형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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