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단독주택의 삶은 집주변에 널부러진 잡다구리한 농기구와 벌레약, 제초제, 수리 및 청소도구등을 걸리적거리지 않게 치우는데 에너지의 8할을 쓴다.
아내는 그냥 발끝으로 밀면서 지나다녀도 아무 불편함을 못느끼지만, 난 아내보다 청결하고 깔끔한 사람이므로 견딜 수가 없다.
싱크대에 밀린 설겆이든, 쌓인 빨래든, 쓰레기장같은 거실이든, 결국 못 참는 사람이 치우는게 원만한 결혼생활의 룰이지 않은가.
참을성 배틀에서 진 내가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잡동사니들을 한방에 몰아넣을 수납장이 보이지 않는다.
'아! 코스트코에는 창고도 팔던데, 그걸 사?진짜 샀다가는 그날로 아내에 의해 그 창고가 내 무덤이 되겠지...'
그래서 결국 직접 만들기로!
POINT 1.
바닥을 40cm 띄웠다. 바닥이 첮어 나무가 썪거나, 벌레가 숨어드는 걸 방지할 뿐 아니라, 아내한테 쫓겨났을 때 잘만 몸을 구겨넣으면 비를 피할 수도 있다.
POINT 2.
3단으로 접혀서 열리는 문. 문짝이 크다보니, 문을 열 때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야 하는 불편함을 느꼈다. 다 만든 이후, 다시 문짝을 떼서 절반으로 잘라 연결부분에 경첩을 달았다. 내 눈에는 트렌스포머급 변신기능이라 뿌듯함을 금할 수가 없다. 아내를 앞에 세워두고 시연을 했더니, 코를 파면서 이렇게 말했다. "음... 열리는구만..."
POINT 3.
내부 뒷면에 합판을 붙이지 않고, 빈티지한 벽돌이 그대로 보이도록 했다.
그냥...귀찮았다.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을꺼, 수납만 잘 되면 되지. 난 나와 쉽게 타협하는...나와 아주 친하고 사이좋은 사람이다.